공정거래위원회 국감이 재벌개혁·갑질근절에 대한 정책검증보다, 김상조 위원장의 리더십을 심판하는 공론의 장으로 변질됐다.
검찰조사를 받고 직무에서 자연스레 배제된 지철호 부위원장과 직장내 갑질 의혹을 받고 직무정지된 유선주 심판관리관의 출석이 오히려 눈에 더 띄었다.
1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은 공정위 전·현직 간부의 대기업 재취업 특혜 논란에 따른 검찰수사와 일감 몰아주기 의혹, 갑작스런 직무정지 명령을 받고 김 위원장에 반론을 제기하는 간부의 증언 등에서 공정위의 속살이 드러났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공정위 퇴직 인사들이 연이어 이사장을 맡은 한국상조공제조합(한상공)이 지속적으로 특정 로펌(종합법률사무소)에 소송 일감을 몰아줬다고 지적했다.
이 로펌의 경우에는 공정위 출신의 전직 한상공 이사장이 고문으로 취업한 곳이기도 하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공정경쟁연합회가 공정위 직원의 재취업 알선 현장"이라고 꼬집었다. 공정경쟁연합회는 기업의 공정거래 역량을 키우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민간단체인데, 그동안 공정위 퇴직자가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 사이 공정위 직원과 대기업간의 유착이 이뤄졌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은 “김상조 위원장이 개혁의 탈을 쓰고 내부개혁을 하겠다면서 ‘쇼’를 해왔다”며 "특히, 전원회의와 소회의 회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재하고 녹음으로 남기는 지침개선이 추진됐지만, 내부에서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상욱 의원의 증인 요청으로 출석한 유 심판관리관 역시 폐지 시도와 관련, "일부 그런 행위가 있었다"면서 공정위 사무처장과 부위원장으로부터 직접 압박을 받은 점을 증언했다.
이와 관련, 김상조 위원장이 직접 해명에 나설 참이었지만, 해명 청취를 놓고 여야 의원간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민병두 정무위원장은 "정부측 답변 있어야하니 (김상조 위원장에게)간단한 답변 기회를 줘야 하며 기회 공정의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 역시 "특정 직무정지된 국장에 대한 이야기지만, 의혹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일정 정도 답변을 듣겠다는 얘기"라며 "답변을 듣지 않으면 진행상 옳지 않다"고 민 위원장을 거들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민병두 위원장이 감사중지 결정을 내리기까지 했다. 이후 재개된 국감에서도 공정위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김상조 위원장의 리더십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정책 검증의 장이 돼야 할 국정감사지만, 올해 공정위에 대한 국정감사는 흉흉한 공정위 조직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한 공정위 직원은 "정책에 대한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조직에 대한 비리나 불협화음, 갈등에 대한 부분이 계속 비춰지니 망신스럽다"고 한탄하기까지 했다.
여야를 불문하고 김상조 위원장의 리더십과 조직의 쇄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도 "조직내부의 개혁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리더십을 발휘해 조정해야 한다"며 "그런데 그런 이슈가 국감장까지 오게 된 점은 위원장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김상조 위원장은 "조직내 갈등은 기관장의 책임이라는 것을 통감하며 심판관리관에 대한 조치는 조치는 갑질 신고에 대해 확인하기 위해 일시적·잠정적으로 조사하기 위한 것으로, 결과가 나오면 소명 기회를 부여할 것"이라며 "취임 이후 현재까지 변화와 혁신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