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5% 이상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동남아. 그 중에서도 말레이시아는 국내 식품·외식기업들에게 할랄(HALAL, 이슬람 율법에서 허락한 것)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한류 열풍은 한국기업의 말레이시아 진출에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아빠 까바(Apa Kabar)!”란 말레이시아 인사말을 굳이 익히지 않아도,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줄 만큼 한류를 통한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한류 날개 달고 할랄 시장 진출
15일 빙그레에 따르면 ‘바나나맛 우유’의 말레이시아 수출액은 해마다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2015년 2억원에서 2016년 3억5000만원, 2017년 4억7000만원으로 올해도 5억원 이상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는 2015년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할랄 인증과 수출업체 검역·위생 등록을 마치고 수출을 시작했다. 첫 공급 물량 14.4톤, 3만 달러(약 3399만원) 상당에서 시작해 현재는 백화점 식품관과 도심 대형마트 곳곳에 입점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초콜릿이 묻은 긴 막대과자 ‘빼빼로’도 1년 내내 여름인 말레이시아에서 365일 성수기다. 대형마트는 물론 현지 면세점에서도 ‘코리아 넘버원 브랜드’라고 영어로 쓰인 대형 빼빼로 제품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3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이유, 수지 등 내로라하는 한류스타들이 모델인 소주도 말레이시아 관광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롯데주류는 소주 특유의 알코올 향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이 과일 맛 주류를 선호한다는 점에 착안해 2015년부터 ‘처음처럼 순하리’를 수출하고 있다.
이달 초 방문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주거지역에 위치한 쇼핑센터 스탈링몰 지하 1층 식품매장에서는 처음처럼 순하리 딸기와 유자, 블루베리, 사과 등을 시음한 후 바로 구입하는 현지인들의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다. 퇴근 후 마트에 들렀다가 처음처럼 순하리 3병을 구입한 에릭(28)씨는 “특히 딸기가 내 입맛에 가장 맞다”고 말했다.
◆입에서 불나는 양념, 동남아 휩쓸어
특히 한국 라면은 자극적인 맛을 선호하는 말레이시아에서 소비자 입맛을 제대로 공략했다.
2013년부터 할랄시장 수출을 준비한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이 그 원조다. 유투브,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불닭볶음면을 접한 소비자들은 기존 제품에서 볼 수 없었던 중독성 강한 극한의 매운 맛에 호기심을 느꼈다.
삼양식품은 지난 4월 세계 최대 할랄 식품 박람회 ‘MIHAS 2018(Malaysia International Halal Showcase 2018)’에 참가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한국관에 마련된 삼양식품 부스는 할랄 시장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불닭브랜드를 경험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신세계푸드는 식품기업 마미 더블 데커와 합작법인으로 신세계 마미를 설립하고, 말레이시아에 ‘대박라면’ 김치 맛과 양념치킨 맛 등 2종을 출시했다. 동남아 현지 무슬림에게 판매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자킴(JAKIM·이슬람개발부) 할랄 인증을 받았다.
말레이시아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불닭볶음면과 대박라면 컵라면은 각각 7.45링깃(약 2032원), 6.79링깃(약 1852원)에 판매되고 있다. 100g이 안 돼는 작은 컵 용량임을 감안하면 한국보다 비싼 셈이지만, 판매량은 해마다 늘고 있다.
대박라면은 출시 한 달 만에 200만개, 16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당초 계획했던 연간 목표 80억원의 20%를 달성했다. 대박라면 봉지라면(4개입)은 가격이 18.8 링깃(5155원), 컵라면 4.6~5.2 링깃(1261~1425원)으로 말레이시아 현지라면 대비 3배 높은데도 올린 실적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고 신세계푸드 측은 분석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한류가 불고 있는 동남아에서 가장 한국적인 메뉴로 알려져 있는 김치와 양념치킨 두 가지 맛에 대한 호응이 판매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무슬림이 제품 구매 시 가장 중시하는 자킴 인증을 획득해 신뢰를 높였다는 점도 주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