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종호 판사, 호통을 쳐야 했던 이유…"가슴에 품은 아이들 대변자 되어야"

2018-10-1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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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가해 학생을 향해 단호하게 호통을 치는 천종호 판사 [사진=SBS 학교의 눈물]


'호통판사'로 친숙한 천종호 판사(53)가 '대화의 희열'에서 소녀범죄와 호통을 쳐야 했던 이유에 관해 이야기했다.

13일 천 판사는 KBS2 '대화의 희열'에서 집단 따돌림 이후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피해 학생에게 다가가 "내 딸 하자"라고 말하며 버팀목 역할을 했다고 한다.
천 판사는 청소년 전문 판사로 지난 2010년 창원지법에서 처음 소년재판을 맡았다. 2013년에는 전문법관을 신청해 부산가정법원에서 5년간 소녀재판을 담당해왔다.

지난 20013년 SBS 다큐멘터리 '학교의 눈물'에 출연한 천 판사는 법정에서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을 향해 "안돼! 안 바꿔줘 바꿀 생각 없어, 빨리 돌아가라"며 단호하게 호통을 쳤다. 이 모습이 전파를 타며 '호통판사'로 불리게 됐다.

천 판사는 '대화의 희열'에서 호통을 처야 했던 이유에 대해 "하루 평균 100명, 많게는 200명을 재판해야 한다. 평균 3분 안에 처분을 결정해야 하는 거다. 그래서 다시 올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에게 야단을 쳤다"고 밝혔다.

천 판사는 얼떨결에 소년재판을 시작했지만, 상처받은 아이들을 보며 가난하고 어렵게 컸던 자신의 과거가 생각났다고 한다. 천 판사의 기질이 아이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천 판사는 지난 2월 소년법정 생활을 끝내고 일반 법정으로 돌아갔다. 그가 소년재판을 맡은 기간은 8년.

천 판사는 소년재판을 떠나는 아쉬움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그는 "소년재판을 계속하고 싶다고 신청했으나 희망과 달리 생각지도 않은 부산지법으로 발령 났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8년간 가슴에 품은 아이들을 더는 만날 수가 없어 지난 일주일간 잠 한숨 못 잤다"며 "2017년 국정감사 때 법관 퇴직 때까지 소년보호재판만 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 아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천 판사는 또 "소년보호재판은 우리나라 재판에서 가장 후진적인 영역이고 지방은 사정이 더욱 열악"하다며 "6시간 동안 100여 명을, 1명당 고작 3분밖에 안 되는 '컵라면 재판'을 해야 해 아이들은 법정에서 아무런 경각심을 느끼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들의 대변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품었으나 결국 이렇게 떠나게 됐다"며 다시 한번 소년재판을 떠나는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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