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위기와 도전-上] '2020년 위기론'... "이재용 부회장 돌파구 지켜봐야"

2018-10-12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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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주력 제품들 정체 또는 하향세.... 미래 먹거리 절실

지난 2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개최된 '화성EUV라인 기공식'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왼쪽 여덟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건희 삼성 회장의 ‘2020년 위기론’은 현재 삼성 경영진들이 전반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인식이다.

지난해 10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삼성전자가 분기 실적 기록 경신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서도 당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현 삼성종합기술원 회장)이 후배들을 위해 용퇴를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권 부회장은 퇴임사를 통해 "저의 사퇴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민해 왔던 것이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IT(정보기술) 산업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할 때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 삼성전자가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권 부회장은 "다행히 최고의 실적을 내고는 있지만 이는 과거에 이뤄진 결단과 투자의 결실일 뿐 미래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며 "저의 사퇴가 이런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한 차원 더 높은 도전과 혁신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경영 일선에선 한 발짝 물러났지만 최근 ‘초격차’라는 저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혁신을 위한 조언을 쏟아냈다. 그만큼 현재의 삼성전자 상황에 대해 엄중함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 반도체를 제외하곤 이렇다 할 성과를 내는 곳이 별로 없다. 특히 그동안 삼성전자의 성장을 이끌었던 가전 부문은 2011년 이후 뒷걸음질치고 있는 모양새다.

삼성전자의 세탁기, 냉장고, 건조기 등은 국내 시장에서 LG전자와 함께 주도권을 이어갔으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한 자릿수 점유율을 여전히 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자존심을 지켜주던 TV 부문도 최근 경쟁사에 점유율을 빼앗기면 시장 지위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본지가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의뢰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LCD(액정표시장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11년 18.8%에서 2016년 21.6%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심지어 내년에는 18.8%까지 주저앉으며 전성기보다 무려 2.8% 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의 주요 전자업체가 다시 되살아나고 있으며, 중국 업체의 추격도 거세진 탓으로 풀이된다.

가전 부문의 경우 글로벌 기업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다.
삼성전자 가전의 주축인 에어컨과 세탁기, 냉장고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11년 각각 5.2%, 5.1%, 2.7%에서 지난해 6.6%, 6.2%, 2.5%로 소폭 상승 내지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점유율 10% 달성은 요원해 보인다.

2011년 새로운 도전을 통해 2020년에는 당시와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1등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이건희 회장의 혜안이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전장부품 등에서 답을 찾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해외출장을 통해 새로운 답을 찾고 있는 만큼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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