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 칼럼] ​남북경협의 전제는 북한의 개혁

2018-10-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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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야, 우리 정부 '길잡이' 역할 중요

[주재우 경희대학교 교수, 국제정치학과 ]


지난 4월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으로 왔었던 ‘한반도의 봄’이 지나고 이제 ‘가을’도 저물어 간다. 최근 한반도에서는 평화의 훈풍을 타고 남북 경제협력이 활성화되려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인적·물적 교류도 빈번해졌고 그 규모도 날로 증대하고 있다. 남북 경협의 물꼬가 트인 것은 한반도에 호사임이 틀림없다. 이런 호기를 잡아 제대로 된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남북경협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정부의 올바른 길잡이 역할이 요구되는 때다.

남북경협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려면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바로 북한의 개혁·개방이다.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는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경제협력이 ‘정상 국가’ 간에, 정상적인 법·제도의 틀에서 이뤄져야 서로 윈-윈하는 발전과 번영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퍼주기만 한다'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의 경협대상인 북한은 권위주의 정권이 지배하고 있다. 우리가 치열한 민주화 과정 속에서 상대해야 했던 대상도 바로 권위주의 정권과 체제였다. 우리가 민주화를 요구한 것은 법치주의와 제도주의에 기반한 투명한 사회를 간절하게 염원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권위주의 정권 속에서 살아봤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오늘날 북한 정권과 협력할 수 있는 노하우를 알고 있다는 착각은 금물이다. 이런식의 접근 방식으로는 북한의 부정부패와 독재를 지속시킨 '원흉'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남·북한의 경제력을 비교할 때 경협의 주도권은 우리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올바르게 인도해야 하는 책임도 우리의 몫이다. 그렇지 않으면 남북경협의 주도권을 북한에 넘기겠다는 뜻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우리 민족이 지금 같은 경협의 호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북한의 권위주의 체제 개혁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민족의 번영과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우리의 남북경협 경험과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경협 사례를 반면교사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우선 북측의 일방적인 요구에 마냥 수긍하는 자세부터 조정해야 한다. 최근 남·북한 간의 인적·물적 교류의 물꼬가 열리면서 북한 방문 및 행사 참석 기회가 많아졌다. 이 과정에서 의구심을 자아냈던 것은 북한 방문 3박 4일 비용이 1인당 500만원으로 거의 획일적으로 책정된 사실이다. 북한의 경제 수준과 육로로 이동하는 점을 감안하면 과도하게 느껴진다. 더 심각한 문제는 비용의 산출 근거를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개성공단의 임대료와 임금 인상 협상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근거없는 요구로 계약서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 권위주의 정권이다.

둘째, 경협의 공정성과 지속성의 보장을 위해 북한의 개혁이 반드시 요구되어야 한다. 권위주의 정권은 전통적으로 주권 및 그 정당성에 예민하다. 이에 경협과정에서 항상 불거지는 문제가 투자설비와 시설에 대한 소유권, 경영권과 운영권 논쟁이다. 과거 중국과 소련의 경제관계 발전에서 가장 큰 난제 역시 이런 권리와 권한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였다. 두 권위주의 정권은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그 결과 서로의 의도와 저의를 의심하는 상호 불신을 초래했다.

남북경협에서 가장 대두되고 있는 것이 바로 사회간접자본(SOC)시설이다. 이의 소유권, 경영권과 운영권의 제도적 보장은 북한의 전방위적이고 다각적인 개혁을 전제로 한다. 법체제와 제도에서 행정체제와 제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관계까지 모두 다 개혁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협의 결과물을 북한 주민에게 공정하게 분배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과거 국제사회는 대북 원조에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고 원조의 분배과정을 직접 관장할 것을 요구했다.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 부정·부패가 심각하리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수많은 제3세계 국가의 권위주의 지도자들이 해외투자금과 지원금을 탈취했던 사례가 북녘 땅에서 재연되지 않도록 필요한 개혁을 위한 노력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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