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부터 29일 ‘정기국회의 꽃’이라 불리는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총 704개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20일간 실시되는 이번 국감에서 여야는 난타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국감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에 대한 첫 국감이다. 지난해 국감은 문 대통령 취임 5개월 뒤에 열려 사실상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감의 성격이 혼재돼 있었기 때문이다.
경제 분야에서 각종 경제 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만큼 야당 의원들의 공격도 예상된다. 특히 최저임금을 둘러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거센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또 사법농단 등 전 정부에 대한 적폐 청산 작업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관련 상임위에서는 여야 간 공수가 바뀐 모습도 볼 수 있을 예정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국방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 몇 개 주요 상임위원회의 이슈를 짚어봤다.
◆ 국회 법사위, 쟁점은 ‘사법농단’…심재철 압수수색도 논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10일 대법원(법원행정처)를 시작으로 국감에 돌입한다. 법사위에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이른바 ‘사법농단’이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된 압수수색 및 구속영장의 기각률이 높은 점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을 예정이다. 특히 일각에서 사법농단 수사만 담당할 특별재판부 설치 주장이 제기된 만큼 국감에서 이 문제가 다뤄질 지도 관심사다.
앞서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된 전·현직 판사들까지 일반 증인으로 채택하는 안이 고려됐지만 여야가 합의하지 못해 채택이 무산됐다. 여야는 국감 중에도 협의를 계속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25일 예정된 대검찰청 국감에서는 한국당의 강한 반격이 예측된다. 특히 한국당에선 심재철 한국당 의원실 압수수색을 이미 ‘야당 탄압’으로 규정한 만큼 검찰을 상대로 한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앞서 드루킹 특검팀의 수사 결과가 미진했다는 비판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투 운동의 연장 선상에서 법 체계 개선과 관련된 논의도 이뤄질지 관심사다. △낙태죄 △부동의간음죄 △몰래카메라 대책 △데이트폭력 △2차 피해 방지 등 다양한 의제가 있는 만큼 정책에 비중을 둔 질의가 필요하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 국회 정무위, 삼바분식 회계 논란…인터넷전문은행 집중 질의
정무위원회의 이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논란과 인터넷 전문은행 특혜 시비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간기업인들의 소환이 다수 예정돼 있는 가운데, 이번 국감에서는 오너나 CEO의 증인 채택은 상당수 배제됐다. 이른바 ‘호통’과 ‘망신주기’로 대표되는 구태를 지양하자는 점에 여야가 동의한 것인데, ‘맥빠진’ 국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을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 윤호영 카카오뱅크 은행장과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이 출석할 예정이다. 케이뱅크 인가 과정에서 대주주 우리은행의 재무건정성이 기준에 미달함에도 금융당국이 기준을 확대 해석, 인터넷은행 허가를 내줬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두 은행이 중간 신용등급의 고객들도 은행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중금리 대출을 늘리겠다는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논란은 이번 국감에서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용이하게 했다는 것이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삼성바이오 분식 회계 논란과 관련 손호승 삼성회계법인 전무와 채준규 국민연금관리공단 전 리서치팀장을 증인으로 부른 상태다.
◆ 국회 기재위, 여야 첨예한 대치 예정…野 경제실정 맹폭 예상
기획재정위원회는 여야가 가장 첨예하게 대치할 것으로 보이는 상임위다. 심재철 한국당 의원의 재정정보유출 논란을 둘러싸고 대정부질문에서 1차전을 벌인 만큼, 국감에서도 일전이 예상된다.
앞서 심 의원은 입수한 자료를 바탕으로 청와대가 비정상시간대에 술집 등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가 조목조목 반박했지만 한국당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여야는 각자 증인을 신청해 자료 입수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질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자료 입수의 ‘적법성’이 주된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야권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맹공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국당은 앞서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에서 ‘’팩트로 본 문재인 정부 500일 경제성적표‘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500일의 경제성적표에는 초라함을 넘어 좌초와 몰락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있다”며 “최근 통계들은 IMF 이후 최악의 경제상황을 가감없이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또한 문재인 정부를 “53조의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 붓고 고용쇼크를 일으킨 무능한 정부, 급격한 최저임금인상이 초래한 자영업 붕괴와 서민 일자리 절벽은 고려하지 않은 무모한 정부”라고 규정하며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했다.
이외에도 △통계청장 경질 및 통계 왜곡 △북한산 석탄 수입 의혹 △부동산 정책 및 종합부동산세 등 다양한 이슈를 놓고 국감이 진행될 예정이다.
◆ 국회 국방위, 군사분야합의서 놓고 한국당 “NLL 포기”
국방위원회에서는 지난달 19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가 주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 시범적 GP 철수, 서해 완충구역 설정, 군사분계선 상공 비행금지 구역 설정 등을 놓고 한국당은 ‘안보를 포기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안보 장사 그만하라’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의 경우 “피로 지켜온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사실상 포기하는 폭거를 자행했다”, “군사분계선 상공에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하고 정찰 자산을 스스로 봉쇄했다” 등 강도 높은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공개된 기무사 ‘위수령’ 문건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질 예정이다. 임태훈 군인권센터소장이 증인으로 나온다. 기무사 해편 조직인 군사안보지원사령부에 대한 국감은 오는 10일 열린다.
남북 문제와 별도로 병역 특례 문제 또한 국감의 이슈로 떠오를 예정이다. 올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 병역 혜택을 받은 야구선수에 대한 비판이 일었던 만큼 제도 전반에 대한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방위와 별도로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 국회 산자위, 백종원 불러 ‘골목상권’ 대책 질의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선 ‘골목상권’이 주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문제가 대두된 가운데 편의점의 불공정거래 구조 개선 및 출점거리 제한, 최저수익보장제 등 상생 방안이 논의가 될 예정이다.
특히 ‘골목식당’으로 유명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가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소상공인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백 대표이사를 참고인으로 불러 현 정부의 골목상권 및 자영업자 지원책에 대한 의견을 묻겠다는 것이다.
배달앱을 둘러싼 논란 역시 국감의 주된 대상이다.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를 운영하는 서비스업체 경영진을 불러 배달 서비스 수수료와 관련된 질의를 할 예정이다.
한국GM 군산공장 철수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참고인으로 채택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군산공장 폐쇄 및 신규 법인 설립 등에 대한 질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이 문제와 남북경제협력 문제 등으로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다. 아울러 임한택 한국GM 노조지부장도 참고인으로 출석해 군산공장 폐쇄와 관련된 의견을 피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