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강도 높은 제재로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중싱통신·中興通訊)의 악몽이 다시 시작될 조짐이다. 벌금부과, 경영진 교체, 미국인 준법감시팀 배치 등 굴욕적인 조건으로 겨우 제재가 해제된지 4개월만에 미국이 감시기간을 2배로 늘리기로 결정하면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 텍사스 연방법원이 3일(현지시간) ZTE의 미국 수출통제법 준수감시 기간을 2020년에서 2022년으로 연장했다고 4일 보도했다.
앞서 지난해 3월 ZTE는 이란과 북한에 불법으로 통신장비를 공급했다는 혐의로 텍사스 연방법원에서 11억 9000만 달러(약 1조3400억원)의 벌금부과와 7년간의 수출특권 거부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ZTE 옥죄기’가 다시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4월 16일 ZTE에 대해 대북 및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향후 미국 기업과 거래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제재를 단행했다. 이로 인해 미국 기업들과의 핵심 부품 공급이 끊긴 ZTE는 파산 위기까지 몰렸다.
결국 ZTE는 미국에 벌금 10억 달러와 보증금 4억 달러를 내고, 경영진과 이사회을 교체하고, 미국 측 인력으로 구성된 준법 감시팀을 ZTE 내에 배치하는 조건으로 제재에서 풀려났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제재 여파로 ZTE는 여전히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운영 자금 확보를 위해 자회사 중싱롼촹(中興軟創) 지분 43.66%를 12억2000만 위안의 가격으로 알리바바 관계사인 난징시롼(南京溪軟)에 매각했다.
8월 공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ZTE의 올해 상반기 순손실은 78억3000만 위안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