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일은 안 하고 매일 싸우고 놀기만 한다”는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국민을 위한 법안, 정책을 열심히 만드는 국회의원들도 꽤 많다. 하지만 열심히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제도적 혹은 관행적인 장벽이 존재한다. 아주로앤피는 ‘열 일 국회’로 가는 길에 어떤 걸림돌이 있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달 21일 열린 본회의에서 규제개혁 법안은 통과됐지만 정작 ‘미투 법안’이나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등 민생법안은 처리되지 못했다. 바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막혔기 때문이다.
1일 국회에 따르면 법사위에 접수된 1263개 법안 가운데 처리된 법안은 183개뿐이다. 나머지 1080개는 계류 중이다. 비율로는 14.5%에 불과하다.
법사위는 법사위 고유의 법안을 심사하는 제1소위와 타상임위 법안을 심사하는 제2소위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제2소위는 타상임위 법안의 체계·자구를 심사한다. 체계 심사는 법안 내용의 위헌 여부나 관련 법률과의 저촉 여부를 심사하는 것을 말한다. 자구 심사는 법률 용어의 적합성과 통일성을 살펴 법률 문언을 정비하는 작업이다.
문제는 체계·자구 심사를 명분으로 법안의 내용까지 심사한다는 데 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경우, 법사위 제2소위에 속한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정의한 규정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법안 처리에 반대했다.
이 같은 폐해를 해결하고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지난 1월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제도를 폐지하자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사위가 아닌 각 상임위에서 소관 법률안에 대해 개별적으로 체계·자구 심사를 거치도록 하자는 것이다.
우 전 원내대표는 “법사위가 체계·자구 심사를 이유로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의 본질적 내용까지 수정하거나 법안이 법사위에 장기간 계류돼 처리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 역시 지난해 11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체계·자구 심사를 위해 법사위에 회부된 안건은 신속처리대상안건 범위에서 제외하고,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기간을 최장 15일로 단축한다.
또 법사위는 체계·자구 외에 법률안의 본질적인 내용을 심사할 수 없도록 하고, 법사위에 회부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그 다음날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간주해 바로 상정되도록 했다.
황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는 과정에서 의원들은 법제실을 통해 체계·자구 검토를 거치고, 소관 상임위에서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법사위에 주어진 체계·자구 심사 기간이 불필요하게 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