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대두 수입 늘린다는 대만, 중국 환구시보 "가련하고 우습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사진=바이두]

미국과 대만이 군사적, 경제적 거리를 계속 좁히자 중국이 대놓고 불편한 심기를 내보이고 있다. 미국이 대만 무기판매안을 승인한데 이어 이번에는 대만이 미국산 대두 수입량을 늘리기로 결정하자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관영언론은 "대두 수입 확대로 미국에 잘 보이려 애쓰는 대만이 가련하고 또 우습다"고 일침했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미국의 관세공격에 미국산 대두를 거부하는 것으로 맞대응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대만은 향후 2년간 미국 미네소타 주와 아이와와 주에서 생산된 대두 15억6000만 달러어치를 구입하기로 했다. 중량 기준 320만~390만t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무려 30% 늘어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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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대만의 행보가 가련하고 또 우습다"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대만이 유일하게 어느 한 쪽 편에 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대만이 주동적으로 미국에 '보호비'를 납부해 미국을 기쁘게 하려는 시도로 미국과의 관계에서 내세울 것이 없는 대만은 계속 미국에 새로운 조공을 바쳐 호감과 관심을 얻고 보호를 약속받아 위안을 삼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모든 것이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집권하고 양안관계가 틀어진 때문으로 만약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 당시의 관계를 유지했다면 대만과 미국과의 관계는 한층 평등해지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모종의 균형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환구시보는 "지난해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량은 3000만t이 넘는다"면서 "대만이 수 십만t의 대두를 더 구입하는 것은 아무 소용도 없다"며 이러한 점에서 대만의 행보가 '우습다'고 평했다. 대만 당국이 미국을 향해 굳건한 충성심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이 소식에 미국 농민들은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다며 베이징시 인구 정도 규모의 대만이 먹어봐야 얼마나 많은 대두를 먹겠냐고 지적했다.

대만을 향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신문은 "대만이 중국 본토와의 무역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고 있는 상황"이라며 "만약 대만이 외부의 힘을 빌려 중국 경제를 압박하려 한다면 이는 대만이 중국의 '보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또, "대만은 아주 작고 대만의 운명과 미래는 중국과 연결돼 있다"면서 "한국은 물론 심지어 일본조차 극단적인 외교노선을 조정하는 상황으로 상대적으로 지역 내 약체인 대만은 특히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되면서 미국은 대만과의 거리를 좁히며 군사적, 정치적으로 중국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만독립' 성향의 민진당 집권 후 '하나의 중국' 원칙 거부로 중국과 관계가 틀어진 대만도 미국을 향해 손을 뻗는 형국이다.

지난 6월 미국은 대만에 어뢰, 레이더, 함대공 미사일 등 13억 달러 규모 무기판매를 승인하고 지난달 24일에 F-16 전투기 등 군용기 예비 부품 3억3000만 달러어치 판매 계획도 승인했다. 미국 록히드 마틴사의 제3세대 야간포적식별장비인 스나이퍼(Sniper) ATP(Advanced Targeting Pod)도 판매 목록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달 미국재대만협회(ATI, 대사관 격)에 10여명의 미 해병대를 배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