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4일 방탄이 유엔에서 한 연설은, 단순히 유창하고 멋진 연설이 아니라, 하나하나 의미심장한 '방탄의 지향점'과 철학이 담긴 멘트였습니다. 문장을 곱씹어보는 것은, 한류나 글로벌화에 대해 착안점을 주기도 하고, 또 세계 청년에게 자기 방식의 사유와 행동을 전파하는 '청춘방탄'의 접속 방식을 읽을 수 있게 합니다.
#1 실천하는 '글로벌 청춘' - 자신을 사랑하라
저는 그룹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으로도 알려진, 김남준 입니다. 오늘 젊은 세대들을 위한 의미 있는 자리에 초대받게 되어 대단한 영광입니다.
작년 11월 방탄소년단은 “진정한 사랑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러브 마이셀프 캠페인을 유니세프와 함께 시작했습니다. 전세계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 '엔드 바이올런스'(폭력종식) 프로그램도 유니세프와 함께 해오고 있습니다. 우리 팬들은 행동과 열정으로 우리와 캠페인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세상에서 가장 멋진 팬들입니다.
My name is Kim Namjoon, also known as RM, the leader of the group BTS. It is an incredible honor to be invited to an occasion with such significance for today's young generation. Last November, BTS launched the Love Myself campaign with UNICEF built on our belief that true love first begins with loving myself. We've been partnering with UNICEF's End Violence program to protect children and young people all over the world from violence. And our fans have become a major part of this campaign with their action and with their enthusiasm. We truly have the best fans in the world.
# 방탄은 미국이라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한국의 아이돌그룹이라는 평면적인 가치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미 ‘음악’이라는 기반 위에서 인류, 그중에서도 같은 세대 인류의 연대와 결속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 거대한 파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그들의 음악성이나 무대 위의 가치만이 아니라, 방탄이 자아내는 인류가치 혹은 시대가치를 읽고 있기 때문입니다.
#2 나는 '로컬'이다, 그리고 세계의 중심에 섰다 - 방탄선언
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려 합니다. 대한민국 서울 근교에 위치한 일산이라는 도시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곳은 호수와 산이 있고, 해마다 꽃축제가 열리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그곳에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저 평범한 소년이었습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소년의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영웅이 되는 상상을 하곤 했습니다.
I’d like to begin by talking about myself.
I was born in Ilsan, a city near Seoul, South Korea. It is a really beautiful place with a lake, hills, and even an annual flower festival. I spent a very happy childhood there, and I was just an ordinary boy. I used to look up at the night sky and wonder, and I used to dream the dreams of a boy. I used to imagine that I was a super hero who could save the world.
# 세계에 있는 모든 젊은이들이 지닌 평범함, 소외감에 접속하는 말입니다. 대한민국 서울근처의 일산은 인류중 대부분이 주목하지도 않고 알지도 못하는 장소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개인에게는 중대하고 의미심장한 정신적 주소로 자리매김합니다.
이것을 왜 내세웠을까요. 유엔이라는 글로벌무대의 정점에서 세계의 많은 청춘세대에게 동일한 입장으로 다가감으로써 수평적 공감력을 확대하기 위해서일 겁니다. 글로벌이란 개념은 사실 좀 무겁습니다. 인간 각자는 저마다 로컬이며 중앙무대를 향한 선망의 몸짓을 지니고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방탄은 주류미디어나 권력을 업고 등장한 특혜받은 아이돌이 아니라 풀뿌리 팬덤이 아미가 되어 싸우면서 디지털 그물망을 따라 스스로 확장한 존재들이기에 이런 존재확인이 가능한 것입니다.
#3. 청춘, 꿈의 죽음 혹은 자아의 죽음
초기 앨범 인트로 중 ‘아홉, 열살쯤 내 심장은 멈췄다’는 가사가 있습니다. 그때쯤이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나를 보게 된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때 이후 점차 밤하늘과 별들을 올려다 보지도 않게 됐고, 쓸데없는 상상을 하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그보다는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틀에 저를 끼워 맞추는데 급급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목소리를 잃어 버리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고, 스스로도 그랬습니다. 심장은 멈췄고 시선은 닫혔습니다. 이름을 잃어 버렸고 유령이 되었습니다.
In an intro to one of our early albums, there’s a line that says,
‘My heart stopped when I was maybe nine or ten.’
Looking back, I think that’s when I began to worry about what other people thought of me, and started seeing myself through their eyes. I stopped looking up at the night skies, the stars. I stopped daydreaming. Instead, I just tried to jam myself into the molds that other people made. Soon, I began to shut out my own voice, and started to listen to the voices of others. No one called out my name, and neither did I. My heart stopped, and my eyes closed shut.
So, like this, I, we, all lost our names. We became like ghosts
# 이 부분은 인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을 것입니다. 이제 막 세상을 인식하기 시작할 무렵인 9살, 혹은 10살 그 나이때부터 자기로 충만하던 정체성을 잃어버렸다는 고백이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시선이 자아를 가두고 타인의 시선에 자아를 규격화할 수 밖에 없었던 때였습니다. 무한한 잠재력과 상상력을 지녔던 우주적 존재는 마침내 무엇 하나 어른들의 지침 없이는 실행할 수 없는 무기력한 순응자로 만들어졌습니다.
방탄의 10살 심장의 죽음과 유령의 배회는 전세계 젊은이들이 자신의 성장을 이미지화하는데 핵심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입니다. 기성세대가 그들에게 해준 것이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아니었고 자신들의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이용한 것이며 결국엔 아이들의 수많은 잠재력을 죽인 행위였다는 선동적 암시를 지니고 있기도 합니다.그 위계질서가 지닌 폭력성을 해체하고 수많은 같은 체험자들의 정서공유를 통해 연결의 혁명을 꾀하고 있는 것입니다.
#4. 자아의 재발견, 음악
제게는 하나의 안식처가 있었습니다. 바로 음악이었습니다. 제 안에 작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깨어나, 남준. 너 자신한테 귀를 기울여!”
그러나 음악이 제 진짜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듣는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막상 방탄소년단에 합류하기로 결심한 이후에도 많은 난관이 있었습니다. 못 믿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우리가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때때로 그저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But I had one sensory, and that was music.
There was a small voice inside of me that said, ‘Wake up, man, and listen to yourself.’ But it took me a long time to hear music calling my real name. Even after making the decision to join BTS, there were a lot of hurdles. Some people may not believe, but most people thought we were hopeless. Sometimes I just wanted to quit.
# 방탄에게 음악은 무엇이었을까요. 그저 무대에 나와서 명성과 성공을 쟁취하기 위한 방편이었을까요. 물론 그런 치열한 욕망이 왜 없었겠습니까.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나는 무엇이며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를 찾아내며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그 교감을 확인하는 것이었죠.
나라는 존재의 내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없다면 세상 누구의 목소리도 진정성있게 소통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방탄은 숱한 성장의 고난을 겪으면서도 아슬아슬하게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겠습니까.
방탄의 팬그룹인 아미 또한 다수의 숫자를 암시하는 말이지만 그들 모두는 저마다 하나의 입자이며 고독한 청춘의 개인일 뿐입니다. 그들이 집단화하는 것은 저 내통하는 음악이 이어준 ‘중심’없는 리좀같은 연결의 총체라고 볼 수 있죠.
#5 시련과 성장, 진행형의 몸부림
하지만 제가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도 이렇게 넘어지고 휘청거릴 겁니다. 방탄소년단은 지금 대규모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하고 수백만 장의 앨범을 파는 아티스트가 되었지만, 여전히 저는 스물네 살의 평범한 청년입니다. 제가 성취한 것이 있다면, 이는 바로 곁에 멤버들이 있어주었고, 그리고 전세계 ARMY 분들이 저희를 위해 사랑과 성원을 보내주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어제 실수 했더라도 어제의 나도 나이고, 오늘의 부족하고 실수하는 나도 나입니다. 내일의 좀 더 현명해 질 수 있는 나도 나일 것입니다. 내 실수와 잘못들 모두 나이며, 내 삶의 별자리의 가장 밝은 별무리입니다. 저는 오늘의 나이든, 어제의 나이든, 앞으로 되고 싶은 나이든,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But I think I was very lucky that I didn’t give it all up.
And I’m sure that I, and we, will keep stumbling and falling like this.
BTS has become artists performing in those huge stadiums and selling millions of albums right now, but I am still an ordinary 24-year-old guy. If there’s anything that I achieved, it was only possible that I have my other BTS members right by my side, and because of the love and support that our ARMY fans all over the world make for us.
And maybe I made a mistake yesterday, but yesterday’s me is still me. Today, I am who I am with all of my faults and my mistakes. Tomorrow, I might be a tiny bit wiser, and that’ll be me too. These faults and mistakes are what I am, making up the brightest stars in the constellation of my life. I have come to love myself for who I am, for who I was, and for who I hope to become.
# 방탄은 스타라는 것에 자신을 가두지 않습니다. 그들의 뮤직비디오는 영화처럼 일관성이나 연속성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서사를 파괴하면서 음악과 퍼포먼스, 그리고 가수의 매력이 인간의 감관에, 아주 보편적인, 한국사람만이 아닌 보편적인 인간의 감관에 파편적으로 다가가게 합니다. 그들의 뮤비가 열린 구조이듯 그들의 이미지 또한 하나의 아이덴티티에 묶인 자기규정에 갇혀있지 않으려 하는 거죠.텍스트로 읽히는 자아보다 영상으로 읽히는 자아에 더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이 파편적인 상징은 방탄의 것이기도 하지만 방탄과 호흡하는 청년대중의 연결의식이기도 합니다. 방탄의 아미나 방탄의 소비자들은 방탄적인 것을 수호하고 방탄적인 지점들을 방어하는 것에 열광하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완성된 자아도 초월의 인간성도 뛰어난 능력도 아닙니다. 자기 안에 들어있는 방탄스러운 것, 바로 그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6 나를 사랑하라, 핵심은 자아긍정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앨범을 발매하고,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 캠페인을 시작한 후 전세계 팬들로부터 믿지못할 만큼 놀라운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 우리의 메시지가 그들이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들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데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를요. 그런 이야기들은 우리의 책임감을 계속해서 상기시킵니다.
I’d like to say one last thing: After releasing our Love Yourself albums and launching the ‘Love Myself’ campaign, we started to hear remarkable stories from our fans all over the world. How our message helped them overcome their hardships in life and start loving themselves. Those stories constantly remind us of our responsibility.
# 방탄은 자신들이 발표한 곡의 90% 이상을 멤버들 스스로 쓴다고 합니다. 공동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방탄의 가사는 멤버들의 간절한 생각과 생생한 느낌을 중심으로 구성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들의 노래가 같은 세대를 폭발시킨 지점은 거기에도 있습니다. 자기자신을 사랑하라는 구호나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권유는 한번도 돌아볼 틈이 없었던 자기에 대한 강렬한 반사광을 비추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순이나, 자기의 고통받고 억압받던 내면이나 문제의 본질이 드러나는 바로 그 순간이었죠. 지구의 청춘들이 겪는 수천만 가지의 상황들을 모두 컨설팅할 수 없지만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그 간결하고 정확한 메시지는 그들이 일시에 자기 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힘을 발휘했던 것이죠. 이것이 방탄현상의 핵심입니다. 네트워크는 관객과 배우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면서 동시에 각성하며 소통하도록 합니다. 그들이 공유한 것은 음악 그 자체를 넘어서서 수많은 자기 각성과 자아 성찰이었다는 것이 핵심일 것입니다. 방탄이 말한 '책임감'은 가장 힘있는 연대의식의 표현입니다.
유엔이 한국의 아이돌 가수그룹에게 마이크를 넘긴 까닭 또한 저 ‘자아물질’이 동시에 가치를 만드는 폭발성을 지니고 있음을 파악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7 우린 청년이다, 공감, 소통, 확장의 말걸기
우리 모두 한발 더 나아가봅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는 여러분들께 “여러분 자신에 대해 말해보세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무엇이 여러분을 심장을 뛰게 만듭니까?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신념을 듣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누구이든, 어느 나라 출신이든, 피부색이 어떻든, 성 정체성이 어떻든, 여러분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여러분 자신에 대해 말하면서 여러분의 이름과 목소리를 찾으세요.
저는, 김남준이며, 방탄소년단의 RM이기도 합니다. 아이돌이자 한국의 작은 마을 출신의 아티스트입니다.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많은 흠이 있고, 그보다 더 많은 두려움이 있습니다. 이제는 저 자신을 온 힘을 다해 끌어안고 천천히, 그저 조금씩 사랑하려 합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여러분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So let’s take all one more step.
We have learned to love ourselves, so now I urge you to speak yourself.
I’d like to ask all of you, What is your name? What excites you and makes your heart beat?
Tell me your story. I want to hear your voice, and I want to hear your conviction.
No matter who you are, where you’re from, your skin color, your gender identity, just speak yourself. Find your name and find your voice by speaking yourself.
I’m Kim Nam-joon, and also RM of BTS. I am an idol, and I am an artist from a small town in Korea. Like most people, I’ve made many and plenty mistakes in my life. I have many faults, and I have many more fears, but I’m going to embrace myself as hard as I can, and I’m starting to love myself gradually, just little by little.
What is your name? Speak yourself.
# 이번에 방탄은 유엔에서 영어로 연설을 했지만 그들은 영어로 된 노래를 발표해서 미국 시장의 빠른 공감을 얻으려고 애쓰지 않는 그룹입니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빌보드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죠.
“영어 노래를 발표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보다는 세계인들이 공감하는 요소를 늘려 케이팝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진짜 케이팝을 세계적인 메인스트림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영어가 주류인 세계언어의 위계질서라는 것이 있죠. 그것에 순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비춘 것이죠. 방탄의 꿈은 기존 질서에서 성공하는 게 아닙니다. 성공의 모델 자체를 해체시켜서 세계의 모든 청춘이 자기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힘을 부여하는 그런 모델이 되고자 하는 것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방탄은 자신의 음악이 지닌 글로벌한 소통력을 몹시 중시하기에 리액션 비디오라는 것을 만들죠. 그래서 지구촌을 파고듭니다. 케이팝도 방탄도 모르는 어린이나 노인이나 혹은 세계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에게 그들의 영상을 보여주며 그 반응을 찍어서 다시 올립니다. 왜 그럴까요.
방탄뮤직이 지닌 인류적 공감대, 그 인류적 공감의 영역을 확인시켜 주려고 하는 거죠. 그러면서 같이 리액션을 하는 거죠.
그들은 한국이 낳은 스타임에 틀림없지만 그들의 의식은 이미 세계인 혹은 ‘차세대 인류’의 뇌구조에 닿아있는 존재들이 아닐지요. 이상국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