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인 ‘포켓몬고(Pokemon GO) 열풍’이 한국을 강타했다. ‘속초 대란’으로 표현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당시 한국에 출시되지 않은 ‘포켓몬고’가 강원 속초 지역에서 이용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속초는 ‘포켓몬고 성지’로 불렸다. 이 게임을 즐기려는 이용자들이 몰리면서 속초행 고속버스 티켓을 구하기도 힘든 진풍경이 펼쳐졌다. 포켓몬이 대거 출몰하는 지역인 속초해변과 엑스포공원 일대는 특수 효과를 누렸다. 이곳의 편의점을 비롯해 미니전동카, 오토바이, 자전거 대여점 등 인근 업소들도 뜻밖의 호황에 반색했다. 속초시도 ‘포켓몬고 성지’ 역할을 도맡으며 홍보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국내에 몰아쳤던 ‘포켓몬고 열풍’은 미래 신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가상현실(VR)이 접목된 관광산업 효용성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IT 강국인 한국의 관광산업이 향해야 할 이정표다.
관광산업에서 이 같은 신기술의 접목은 ‘경험 의존성’이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사용자들은 가상현실 투어를 통해 세계 어디든 여행이 가능해졌다. 세계 곳곳의 관광 명소를 미리 체험하고 여행 스케줄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또 관광지의 호텔이나 숙박, 편의시설 등을 둘러보고 예약이 가능해졌고, 인근의 음식점과 쇼핑몰도 사전답사 체험을 통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문화체험관광의 활용은 가장 필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VR 관광산업은 정체된 상태다. 기술의 개발 문제가 아닌 정부의 소극적인 정책 탓이다. 한국을 여행하고 싶은 외국인들이 가상현실을 통해 사전체험을 하고 관광욕구를 극대화한 뒤, 실제로 상상했던 관광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면 이보다 완벽한 여행은 없다. 관광산업 육성 의지를 드러낸 정부가 사라진 ‘포켓몬 찾기’에 눈을 떠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