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고구려 장군 연개소문(유오성 분)은 안시성 출신 태학생도 사물(남주혁 분)에게 안시성으로 가 양만춘을 제거하라는 명을 내린다. 당나라와의 전투 요청을 외면한 양만춘에게 불만을 품고 있던 사물은 적개심을 안고 양만춘을 찾아가지만 그의 인간적인 면모와 성민을 사랑하는 모습에 조금씩 마음이 흔들린다.
영화 ‘안시성’은 ‘내 깡패같은 애인’(2010)으로 데뷔, ‘찌라시: 위험한 소문’(2013)을 연출한 김광식 감독의 신작이다. 동아시아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인 승리로 기록된 안시성 전투를 스크린에 그려냈다.
그간 스크린에서 깊게 조명하지 않았던 고구려 시대인데다가 역사적 사료가 거의 남지 않은 안시성 전투를 구현하는데 어려움이 따랐을 터. 하지만 김 감독은 우려와 한계를 뒤집어 영화적 상상력과 현대적 기술력으로 기존 사극과는 다른 결을 만들어내는 것에 성공했다.
영화가 추구하는 방향은 확고하다. 간략하고 굵직한 스토리라인을 앞세워 속도감 있는 전개를 만들고 화려한 액션으로 볼거리를 채운다. 즉 5천만 명의 안시성 시민과 20만 명의 당군이 벌이는 안시성 전투에 총력을 기울였다는 이야기다. 영화의 러닝타임 중 절반을 할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드라마·인물의 갈등·액션 등이 모두 이 전투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신을 위해 모든 인물이 달려가고 있는 셈이다.
복잡한 드라마나 인물 간의 갈등을 조성하기보다 거대한 규모의 액션신을 보다 더 화려하고 풍성하게 만드는 것에 주력하고 있는데 오히려 이 점이 영화의 장점으로 구분된다. 오락영화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하는 ‘안시성’은 압도적인 규모와 전장을 휘젓는 고구려인들의 활력으로 관객들의 카타르시스를 끌어내고, 스펙터클(spectacle)을 쉴 새 없이 몰아붙이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6500여 명의 보조출연자, 전투 장면에 활용된 650필의 말, 당나라 제작 갑옷 168벌과 고구려 제작 갑옷 248벌, 총 7만 평 부지에 실제 높이를 구현한 11m 수직성벽세트와 국내 최대 규모인 총 길이 180m 안시성 세트 등에서 엿볼 수 있듯 영화의 규모감은 관객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영화의 핵심인 약 5천 평 규모의 토산 세트도 CG가 아닌 고증을 통해 직접 제작하여 현장감을 극대화했다고. 사극임에도 액션신만큼은 현대적이길 바랐던 김 감독은 스카이워커 장비로 360도 촬영을 진행하였고 드론, 로봇암, 팬텀, 러시안암 등 최첨단 촬영 장비들을 총동원해 압도적인 스케일을 선보인다.
앞서 언급한 대로 액션신에 총력을 기울이다 보니 캐릭터·드라마가 단선적이고 클리셰적인 묘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극 중 인물은 기능적 역할로 이용되며 캐릭터 표현에도 큰 고민은 느껴지지 않는다. 배우들 역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연기로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이행한다.
그럼에도 추석연휴 가족단위 관객이 즐기기에는 무리 없다. 기존 사극이 보여주는 무게감은 덜었지만 그만큼 피로감 역시 줄어들었다. 젊은 배우들을 앞세워 역동적이고 활기 넘치는 액션을 무성했고 호방한 액션으로 시각적인 만족을 더 한다. 19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135분, 관람등급은 12세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