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8 남북 정상회담 평양'에 4대 그룹을 포함한 국내 주요 경제인들이 대거 수행함에 따라 미래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나 이들은 이번 동행에서 수행원이나 비서 없이 모든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때문에 더욱 꼼꼼히 북한의 실상과 동향을 직접 확인할 수밖에 없다. 미래의 대북사업 구상을 다듬을 더욱 좋은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회담을 기점으로 우리 기업의 대북 사업 물꼬가 본격적으로 트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북에 동행한 52명의 특별 수행원 중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4대 그룹 총수 중 '맏형'으로서 2007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인 최태원 SK 회장, 이번 방북에 막내로 함께하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비롯해 김용환 현대차그룹 부회장, 금강산 관광 등 대북 사업을 주도해왔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등 3분의1에 달하는 17명이 경제계 인사로 꾸려졌을 만큼 그 비중이 상당하다.
이들은 이날 리용남 경제담당 내각 부총리를 만나 철도·관광 등 인프라 구축을 비롯한 정보통신(IT) 등 미래 남북경협에 대해 전반적인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 부총리는 북한 고위 관료 중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꼽힌다. 무역상을 지냈으며 지난해 4월에는 10년 만에 부활한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 위원으로도 임명됐다. 외교위원회는 리수용 노동당 국제 담당 부위원장,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북한의 대외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수준의 기구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양해각서(MOU) 등 구체적인 것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남북 간 진행해 왔거나 논의를 시작한 여러 협력분야에 대해 대화를 더 진척시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재계, 어떤 밑그림 그릴까
재계에서는 이들 경제인이 이번 만남을 계기로 향후 어떤 밑그림을 그려낼지가 관심사다.
특히 재계 1위 삼성을 이끄는 이 부회장과 지난 6월 총수 취임 이후 첫 대외행사로 방북을 선택한 LG의 구 회장 모두 방북은 이번이 처음으로 직전까지 만반의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삼성을 대표해 방북했던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당시 경험과 경협 관련 사안들을 전달받은 데 이어, 방북 당일 새벽에는 서울 태평로 삼성전자 사옥에서 임원회의를 소집해 북한에서 진행될 면담 등을 앞두고 관련 사안들을 최종 점검하기도 했다.
구 회장 역시 지난 주말 여의도 LG 트윈타워로 출근해 김영민 LG경제연구원 부원장 등과 함께 북한 정치·경제 상황, 부친인 고(故) 구본무 회장의 과거 방북 당시 자료 등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들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북 제재가 여전한 상황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결과물'보다는 향후 유엔 대북 제재 해제 이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 진행될 남북경협의 큰 틀에서 청사진을 제시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날 이뤄진 특별수행단 대상 방북 교육에서는 과거 북한과의 경제협력 사례 브리핑을 진행하며, 경제협력 관련 제안에 "검토해 보겠다"는 말조차 삼가도록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이번 만남으로 남북경협에 대한 분위기 조성이 어느 정도 이뤄졌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남북경협이 본궤도에 오른다면 그에 따른 효과는 상당하다. 지난 5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남북경제가 통합될 경우 5년간 연평균 국내총생산(GDP)이 0.81% 포인트 추가 상승하고, 같은 기간 12만8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당장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 수는 없다는 건 서로 잘 알고 있다"며 "다만 북한이 바라는 경제발전 모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향후 경제협력 방향에 대한 논의는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