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허리케인 플로렌스(Florence)의 상륙을 앞두고 미국이 초긴장 상태다. 당국자들은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에 줄지어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해당 지역 주민들의 탈출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유가는 2% 이상 오르는 등 시장도 긴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풍속이 시간당 130마일(약 209km)을 넘는 4등급 허리케인 플로렌스는 오는 14일(현지시간) 미국 남동부 노스캐롤라이나와 사우스캐롤라이나 경계 지역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중심으로부터 반경 175마일(280km)를 영향권에 두는 초대형 폭풍이다.
CNN은 며칠 사이 2등급 허리케인에서 4등급까지 세력을 키운 플로렌스가 상륙 전까지 최대 풍속이 시간당 157마일(252km)을 넘는 5등급까지 발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자연재해를 관장하는 미국연방비상관리국(FEMA)는 최고 20피트(약 6m) 높이의 해일이 해안가를 덮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폭우로 인한 홍수와 산사태 피해도 예상된다. 듀크에너지는 노스·사우스캐롤라이나에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복구까지는 며칠에서 몇 주까지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식료품에서 의약품, 연료 등의 사재기에 나섰다. 버니지아 주 노포트 소재 월마트는 생필품과 식료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참치캔, 휴대용가스 진열대는 텅텅 비었다.
국제유가도 영향을 받았다. 향후 수급 우려 속에서 11일 미국산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2.5%(1.71달러) 급등한 69.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자동차협회(AAA)의 자넷 카셀라노 대변인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 정도 규모의 폭풍은 일반적으로 연료 수요의 증가를 야기한다”면서 “운전자들이 향후 가격 급등을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레이더들은 원유 외에도 여타 상품 가격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노스·사우스캐롤라이나는 대표적인 면(cotton) 생산지이며 노스캐롤라이나의 양돈업계 규모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크다. 피해 정도에 따라 면이나 돈육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
동부 해안의 3대 컨테이너 항구인 버니지나항구(Port of Virginia)는 11일 자정부터 잠정 폐쇄됐다. 이곳에서는 주로 아시아산 의류, 전자제품, 가전제품, 자동차 부품의 수입과 목재, 화학제품, 곡물의 수출을 처리한다고 WSJ는 전했다.
글로벌 기상예보 업체 아큐웨더는 "플로렌스의 예상 경로를 볼 때 광범위한 피해가 예상된다"면서 경제적 피해가 300억 달러(약 33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허리케인 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11일 기자들에게 “우리는 완전히 준비됐다”면서 “아마 수십 년 동안 본 중에 가장 큰 폭풍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플로렌스는 1989년 21명의 사망자를 낸 4등급 허리케인 휴고(Hugo) 이후 가장 강력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