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호 칼럼] ‘하늘을 나는 택시’ 땅 위에서 바라만 보는 한국

2018-09-11 00:24
  • 글자크기 설정


한낮 무더위가 이어지던 도쿄 도심 한복판. 우버가 차세대 교통서비스 ‘하늘을 나는 택시’ 구상을 발표한 역사적인 자리에 한국의 모습은 없었다. 한국도 함께할 수 있었지만 하늘까지 신경쓸 여력이 없어 스스로 기회를 걷어찼다고 해야 더 정확할지 모른다. 

우버는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 도라노몬힐스 안다즈호텔에서 ‘우버 엘러베이트 아시아‧태평양 엑스포’를 열고, 2023년에 하늘을 나는 택시 ‘우버에어(uber AIR)'를 상용화하겠다고 선언했다. IT업계 관계자들은 이날 행사를 두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촉발될 이동혁명의 패권 경쟁이 막을 올린 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우버에어’가 상용화되면 이용자들은 자신의 스마트폰 앱으로 비행기를 호출해 고층 빌딩 옥상을 연결한 항로를 짧은 시간에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아직은 꿈 같은 이야기지만 보잉 등 항공기 제조사와 미항공우주국(NASA), 부동산업체들이 우버와 손잡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날 행사에는 항공기 제조사, 정부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해 하늘 위 이동혁명에 대한 업계의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우버가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우버 엘러베이트 아시아·태평양 엑스포'에서 공개한 전기수직이착륙(eVTOL) 항공기 모형. (사진제공=우버) 


◆한국 정부, 초청 받았지만 ‘불참’

우버는 행사에 앞서 ‘우버에어’를 실현시킬 인프라를 갖춘 나라들을 대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했다. 여기엔 한국정부도 포함됐다. 우버는 한국도 교통체증이 심각하기 때문에 지상에 한정된 교통수단을 상공까지 확장하는 차세대 교통서비스에 관심이 높을 것으로 봤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한국에선 하늘은커녕 지상에서 서비스되는 승차 공유조차 제대로 논의하지 못하는 상황이 몇년째 이어지고 있다. 땅 위 혁신도 어려운데 하늘 위를 혁신하겠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지난 4~5일 ‘제4차 규제‧제도혁신 해커톤’을 열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교통서비스 혁신에 대해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정부관계자가 토론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핵심 이해당사자인 택시사업자들이 불참하면서 반쪽 논의에 그쳤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신기술과 모빌리티 산업이 결합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으로 교통서비스 혁신이 지연돼서는 안 된다”며 “주무부처의 대응이 미온적"이라고 지적했다. 장 위원장은 “앞으로 자율주행시대가 오게 되는데, 단편적인 대응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해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점진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소극적인 태도를 꼬집었다.
 

우버의 하늘을 나는 택시 '우버에어' 구상도. 건물 옥상에 이용자들이 전기수직이착륙(eVTOL) 항공기에 탑승할 수 있는 스카이포트가 있다. (사진=우버 제공)


◆일본 정부, “하늘 위 혁신은 우리가 이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우버의 주력사업인 승차 공유를 불법으로 규정한 일본은 오히려 ‘우버에어’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워 눈길을 끌었다. 이날 행사에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를 비롯해 히라키 다이사쿠(平木大作) 경제산업대신 정무관, 이마에다 소이치로(今枝宗一郎) 재무대신 정무관 등 정부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우버에어’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고이케 도지사는 인사말에서 “상공을 차량이 날아다니는 꿈과 같은 도전에 기대감을 갖고 있으며, 대담하게 꿈꾸면 현실이 되고 2020년, 2050년까지 꿈을 그리며 미래를 같이 만들어 나가자”고 화답했다. 주무부처인 경제산업부 히라키 정무관은 “국토교통부와 민간이 하늘의 이동혁명을 논의하는 협의회를 만들어 첫 회의를 열었고, 연내에 로드맵을 만들겠다”며 “민·관이 협력해 로드맵을 만드는 것은 세계 최초”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기업뿐만 아니라 외국기업과도 협력해 일본이 하늘 위 혁신을 이끌도록 하고 싶다”며 “일본의 자동차‧전기‧배터리 등 첨단기술 활용이 기대되며, 새로운 룰을 만드는 데 우리도 공헌하고 싶다”고 우버에 러브콜을 보냈다.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우버 엘리베이트' 행사에 참석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왼쪽)와 히라키 다이사쿠 경제산업대신 정무관(가운데), 이마에다 소이치로 재무대신 정무관. [사진=한준호 기자] 


◆하늘 위 이동체 개발경쟁 본격화 

우버는 드론기술을 적용한 전기수직이착륙(eVTOL) 항공기에 4명의 승객을 태워 고층빌딩 옥상을 연결해 교통체증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재해 발생 시 긴급구호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각국이 치열한 이동체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과 중국·아랍에미리트(UAE)는 국가차원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에어버스·아우디·볼보 등 민간기업도 이동혁명 선점 경쟁에 뛰어들었다.

안전문제와 사업성, 규제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늘 위 이동체 개발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하늘을 나는 택시가 교통수단의 대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교통체증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줄이고, 관련 산업을 키워 막대한 경제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우버는 우버에어 출시 후보 국가로 일본, 인도, 호주, 브라질, 프랑스 등 총 5개국을 선정했다. 이들 국가의 가장 큰 공통점은 정부와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협력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이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국가만이 가능한 투자가 아닐까.

"만약 이 행사가 한국에서 개최됐다면 서울시장이 참석했을까요?" 우버 관계자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한국은 관심도 없을걸요?"라는 즉답이 되돌아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