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기구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업계의 일치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현재 상조보증공제조합과 한국상조공제조합이 설립돼 있지만 하나의 협회 형태가 아니고, 이마저도 소속돼 있지 않은 대형 업체가 많아 업계의 대변자 역할을 수행하기는 역부족이었다.
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문제는 신뢰도와 직결된다. 특히, 내년 1월 24일 이후로는 개정 할부거래법에 따른 자본금 기준을 충족 못한 영세 상조업체 폐업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상조업계 특성상 선수금 비중이 작은 업체 한두 곳이 폐업하더라도 업계 전체에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기 때문에 혼란을 수습할 대표 단체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홍정석 할부거래과장이 적법절차 없이 임의로 계약을 해제한 상조업체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컨트롤 타워 설립은 상조업체 규모에 상관없이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물밑에서 업체 간 의견을 교환하고 있고, 상조업체를 관리하는 공정거래위원회도 힘을 싣고 있다. 더군다나 내년부터 자본금 15억원 이상의 비교적 건실한 상조업체만 남으면 업계 재편과 함께 대표 기구 설립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본금 100억원 규모의 한 상조업체 관계자는 “상조 회사에 대한 사회적 불신 분위기가 깔려 있다 보니 고객 상담을 할 때도 상품 설명보다 안전성을 이야기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투입된다”며 “(부정적 이미지는) 개별 회사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협회를 만들어 공통된 소리를 내야 발전할 수 있다. 내년 혼란이 수습되면 상반기 중에는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상조업체 관계자는 "협회 승인권을 가지고 있는 공정위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준다면 출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방치돼 왔던 상조정책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문제가 선수금의 부채 인식이다. 상조회사 회계처리 구조상 각 업체가 고객에게 받는 선수금은 모두 부채로 잡힌다. 이 때문에 회원 수가 많아질수록 부채가 늘고, 높은 부채비율로 업체의 재정건전성을 의심 받게 되는 구조다.
한 중소 상조업체 관계자는 “상조업체 회계 특성상 고객들의 선수금이 부채로 인식되다 보니 회원 수가 많아질수록 부채가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며 “일반 시민이 봤을 때 부실하게 보일 수밖에 없고, 심지어는 국회의원들도 부채비율이 왜 그렇게 높냐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신뢰도 회복 차원에서도 선수금의 부채 인식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내부 자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조 서비스를 여행권이나 안마의자 등과 함께 판매하는 결합 상품은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수 있으니 정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다른 상조업체 관계자는 “결합 상품 위주로 상조 서비스가 운영되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 내에서도 상조 서비스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아예 보험처럼 상품 론칭 시 허가제를 도입하든지, 정밀한 정책으로 (부실 상품을) 정화하면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상조 서비스를 제공하고, 업계 전체도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