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 속 음표 뒤에 숨어 있는 쇼팽과 리스트의 영적인 부분을 연주하고자 노력했다."
첼리스트 양성원이 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와 함께 녹음한 새 앨범 '사랑의 찬가'를 6일 발매한다. 오는 11월 5일에는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듀오 리사이틀이 예정돼 있다.
리스트와 쇼팽은 이탈리아의 유명한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다. 다만 이들이 첼로를 위한 곡은 많이 쓰지 않았기 때문에 첼리스트들에게는 다소 낯설다. 그래서 더욱 이번 앨범이 신선하게 느껴질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양성원은 동시대의 친구 사이였지만 스타일이 전혀 달랐던 쇼팽과 리스트가 변화하며 서로 닮아가는 점에 흥미를 느꼈다고 전했다. 쇼팽의 리스트화, 리스트의 쇼팽화다.
그는 "쇼팽은 시적인 연주에 강한 살롱 피아니스트였고, 리스트는 화려한 연주와 테크닉을 자랑했다"며 "하지만 리스트의 후기 작품들은 점점 쇼팽화됐고, 쇼팽은 죽기 전 새로운 영토를 발굴하려는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는 리스트의 '잊힌 로망스'와 '슬픔의 곤돌라', '노넨베르트의 작은방'을 비롯해 쇼팽의 '첼로와 피아나를 위한 소나타', '서주와 화려한 폴로네이즈' 등이 담겼다.
특히 피아노와 균형을 맞추는 게 어려웠다는 양성원은 "연주에서 중요한 것은 외적인 것이 아닌 내적인 것, 균형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한 소리가 15분 뒤, 30분 뒤 연주하는 소리하고 어울릴지 '조화'를 찾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또 "이상적인 연주는 없다"며 "이상을 꿈꾸면서 연주를 반복하다보면 감동이 생겨나는데 이는 무척 신비스럽다"고 전했다.
어느 거장의 연주가 물론 훌륭하겠지만, 감동을 주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것. 그는 "어느 학생의 연주가 더 감동을 줄 수도 있다"며 "육체적, 테크닉적인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양성원이 수정을 다듬듯 자신을 깎아가며 음악의 비밀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한 악구를 녹음하는 데 19번을 반복한 적도 있다"며 "제 안의 가장 깊은 것을 캐내어 여러분들께 들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첼로에 대한 애정을 아낌 없이 드러내며 "내년에는 차이콥스키와 쇼스타코비치 등 러시아 음악가들의 곡으로 청중들과 소통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