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터게이트 특종을 터뜨려 전설의 저널리스트로 통하는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백악관의 혼란을 담은 책의 내용이 4일(현지시간) 공개되면서 워싱턴이 발칵 뒤집혔다. 책은 현재 백악관의 상황을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묘사하고 있는 데다 백악관 이너서클에서 흘러나온 ‘핵폭탄급’ 폭로도 다수 담고 있다.
WP뿐 아니라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은 오는 11일 발간될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Fear: Trump in the White House)”의 내용을 속속 선공개하고 있다.
여러 차례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설이 불거졌던 존 켈리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바보(idiot)”라거나 “정신이 불안정한 사람”으로 묘사했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5~6학년 수준의 이해도를 가졌다”고 평가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존 다우드는 트럼프 대통령을 “빌어먹을 거짓말쟁이(fucking liar)”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밖에도 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과 무능을 부각시키는 많은 일화들을 소개했다. 책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를 인가하는 서한을 작성했으나 게리 콘 당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파장을 우려해 백악관 집무실에 놓여있던 서한을 치워 계획을 무마시켰다는 비화도 들어있다. 지난해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됐을 때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에게 선제적 군사공격 방안 마련을 요청했다는 주장도 담겼다. 지난해 4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부군이 민간인에 화학 공격을 감행했을 때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 독재자를 죽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책에 들어있는 이 같은 일화들은 현재 백악관이 즉흥적이고 정보가 부족하고 체계가 없는 대통령의 인질로 붙잡여 있는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CNN은 올초 출간된 마이클 울프의 저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를 비롯해 많은 책에서 백악관의 '실상'이 폭로된 바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최측근의 가감없는 '악평'을 담은 이 책은 11월 중산선거를 앞두고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장을 의식한 듯 폭풍 트윗을 올리면서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섰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서 우드워드가 "민주당의 첩보원"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이 책의 내용은 이미 켈리 실장과 매티스 장관이 직접 반박했다. 모든 인용문은 전부 대중을 속이는 사기로 채워졌다"고 비난했다.
백악관도 성명을 내고 "이 책은 과거 백악관에서 불만을 품고 나간 많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나온 날조된 이야기에 불과하며 대통령에게 나쁜 이미지를 뒤집어 씌우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면서 강한 불쾌감을 표했다.
또한 매티스 장관과 켈리 실장 모두 책의 내용에 유감을 표하면서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매티스 장관은 "누군가의 지나친 상상력의 산물"며 책의 내용을 일축했고, 켈리 실장은 "대통령을 바보라고 칭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그와 반대로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반박 성명을 냈다.
우드워드는 백악관 이너서클로부터 얻은 수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정보원들의 이름을 직접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외신들은 우드워드가 워터게이트 특종의 장본인이자 두 번의 퓰리처상 수상자로서 오랜 기간 백악관 이너서클과 광범위하게 접촉해왔다고 강조하면서 책의 내용에 믿음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또한 책을 예약·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우드워드의 신간은 단숨에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