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9년 만에 경기침체…신흥시장 위기 전이 가속

2018-09-0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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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2분기 성장률 -0.7% 2009년 이후 첫 침체…랜드화 급락

터키·아르헨·인니 등 통화도 하락…쌍둥이 적자·고인플레 취약국

4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남쪽 토코자의 한 노점상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9년 만에 다시 경기침체에 빠졌다. 남아공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과 '브릭스'(BRICS)를 이루는 신흥시장 대표주자다. 이 나라의 경기침체 소식으로 최근 불거진 신흥시장 위기감이 더 증폭될 조짐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남아공 통계청은 4일(현지시간) 지난 2분기 성장률이 -0.7%(전 분기 대비, 연율 기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분기 -2.6%에 이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다시 경기침체에 빠진 셈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달러 대비 남아공 랜드화 가치가 2.8% 추락하며 2016년 초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투매 바람은 남아공을 넘어 신흥시장 전반으로 번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MSCI신흥시장통화지수는 이날 0.7% 하락했다. 최근 급락세가 거듭되면서 신흥시장 위기설을 촉발한 아르헨티나 페소가 2.3% 내리고 터키 리라화는 1.2% 떨어졌다. 최근 미국과 타결지은 무역협정을 둘러싼 우려로 멕시코 페소화도 1%가량 하락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제임스 로드 투자전략가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신흥시장 투자자들이 힘겨운 여름을 보냈지만, 9월도 큰 위안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극복해야 할 도전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남아공, 아르헨티나, 터키 등 최근 투매 압력에 직면한 나라들이 각기 다른 문제를 안고 있지만, 여기서 비롯된 냉담한 투자심리가 신흥시장 전체로 전이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남아공은 토지개혁을 둘러싼 갈등과 27%가 넘는 실업률 등으로 고전하고 있고, 아르헨티나는 부실한 재정을 둘러싼 우려가 크다. 터키는 재정·경상수지 적자, 이른바 '쌍둥이 적자' 부담을 안고 있다. 

일본 SBI 증권의 소마 츠토무 채권 트레이딩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아르헨티나와 터키가 발표한 조치들은 펀더멘털을 상당 수준 개선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과 맞물려 다른 신흥시장으로 전이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거래중개업체인 포렉스타임(FXTM)의 루크먼 오투누가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무역긴장, 달러 안정, 미국의 금리인상 전망 등이 중단기적으로 신흥시장 통화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 미즈호 은행의 후카야 마사카츠 신흥시장 통화 트레이더도 아르헨티나와 터키에서 다른 신흥국으로 위기가 전이될 공산이 크다며, 특히 쌍둥이 적자와 높은 물가상승률로 고전하는 나라들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인도, 브라질, 남아공 등을 취약국으로 꼽았다.

블룸버그는 신흥시장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이 여전히 밝다는 견해도 있다고 전했다. 아나스타샤 아모로소 JP모건프라이빗뱅크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잠재력을 보면 신흥시장 자산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아직 매수시점이 아니라고 봤다.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달러 강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마이클 에브리 라보뱅크 아시아 금융시장 리서치 책임자도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고, 무역전쟁이 지속되는 한 신흥국 정부가 뭘 하든 현지 통화가 고전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그는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할지가 유일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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