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만 올해 주식을 사느라 10조원 가까이 썼다. 반대로 기관·외국인은 발을 빼는 바람에 '개미만 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코스피에서 7조116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반대로 외국인과 기관은 같은 기간 각각 1조9527억원, 6조3448억원어치를 팔았다.
그나마 외국인은 하반기 들어 코스피에서 매수우위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7월 373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고, 8월에는 1조4812억원어치를 샀다. 코스닥에서도 외국인은 8월 191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금까지 수익률을 보면 개인보다는 외국인·기관이 현명해 보인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6.50% 하락했다. 코스닥은 2.31% 올랐지만, 개인은 코스피에서 돈을 훨씬 많이 썼다.
개인이 코스피에 몰린 이유는 삼성전자에도 있다. 삼성전자가 액면분할로 주식 1주당 가격을 50분의 1로 떨어뜨려서다. 개인은 올해 들어 삼성전자 주식만 6조5500억원어치를 샀다. 반대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조3340억원, 4조1720억원어치를 팔았다.
개인은 삼성전자로 손해를 봤다. 삼성전자 주가는 액면분할 이후 8.3%가량 떨어졌다.
그래도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평가한다. 개인이 올해 우리 주식시장에서 10조원 가까이 쓴 데에는 삼성전자 영향이 컸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가 이런 돈을 대출로 마련했다는 점은 문제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신용융자 평균잔액은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11조5020억원을 기록했다. 잔액은 2월 이후 꾸준히 늘어났다. 6월 12일에는 12조648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남북과 북·미 정상이 잇달아 만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개인투자자가 남북경협주를 사느라 돈을 많이 빌렸다는 얘기다. 시장별로 나누면 코스피에 남북경협주로 불리는 종목이 더 많다. 그래서 개인투자자가 평년과 달리 코스피보다 코스닥에 더 많이 투자한 것이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개인투자자는 대개 상승장보다 하락장일 때 주식을 많이 샀었다"라며 "올해에는 남북경협주 같은 테마주가 영향를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식시장 전망을 밝게 보는 증권사는 상반기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은 "미국발 무역분쟁이 여전히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실적에 비해 주가가 크게 떨어진 종목 위주로 투자를 좁혀야 할 때"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