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간에서 시도했던 우리들의 노력이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 정말 많은 것들이 아쉽고, 힘들지만 그 노력이 지속됐으면 좋겠다"
옛 바른정당의 당사가 사라진다. 여의도 태흥빌딩 5층에 마련됐던 바른정당의 당사는 30일 사실상 문을 닫고, 오는 31일 여의도 비앤비타워에 위치한 바른미래당 당사(옛 국민의당 당사)로 통합한다. 지난해 1월 23일 '개혁보수'의 기치를 내걸고 바른정당 중앙당사 현판식을 한 지 584일 만이다.
정 전 대표는 "정말 죄송하고 면목이 없다. 우리가 이 공간에서 시도했고 해보려고 했던 정치가 우리 뜻대로 아직 꽃을 못 피웠지만, 꽃을 피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느 정도 방향이 잡힐 때 다시 한번 이 공간에서 우리가 시도했던 것들이 지속 가능하게 되도록 해보겠다"고 했다.
정 전 대표는 바른정당의 당사를 디자인한 장본인이다. 바른정당의 당사는 다른 정당의 당사와 다르게 열린 구조였는데 민원인이나 기자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는 취지였다. '바른광장'이라고 불렸던 공간에서 의원들이 민원인을 상대하는 등 다양한 정치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행사는 처음엔 다소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사무처 통합으로 인한 구조조정으로 17명의 바른정당 출신 당직자들이 당을 떠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유승민 전 대표는 "보통 집을 비우고 이사를 할 때는 어디 더 좋은 데를 찾아서 가는 그런 거라도 있는데 오늘은 그런 게 아니"라며 "어디 더 좋은 집에 간다는 보장도 없이 오늘 이 방을, 이 집을 비우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 제 책임이 제일 크다. 여러분께 미안하다"고 했다.
유 전 대표는 한나라당 시절 천막 당사·염창동 당사 등을 언급하며 "아마 죽기 전에 제일 기억에 남는 당사가 여기하고 염창동 당사 두 군데일 것 같다"며 "오늘 이 시간을 기억하면서 여러분들이 여기에서 흘린 땀이 절대 헛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저와 여기 남은 모두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 전 대표는 "우리가 오늘 이후에 헤어지고 찢겨도 약속했던 대로 언젠가 같이 마음을 맞춰서 일하게 되는 날이 꼭 오게 만들겠다"며 "절대 어디 계시더라도 용기를 잃지 마시고 이보다 훨씬 더 한 일도 다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시고 꼭 다시 만나게 되길 바란다"며 말했다.
이혜훈 전 대표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제가 제일 미안하고 면목이 없다"고 운을 뗀 이 전 대표는 "우리가 시도했던 것들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옳은 일을 위해 정치생명을 건 의원들도 있지만, 중요한 건 자기 가족과 생계를 걸고 더 큰 걸 걸었던 여러분들이라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생명을 걸고 했던 일들이 열매를 맺고 평가를 받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고 했다.
'된다송'으로 여러 차례 웃음을 줬던 정 전 최고위원은 '뼈를 깎는 추위를 한 번 만나지 않았던들 어찌 매화가 코를 찌르는 향기를 얻을 수 있으리오(不是一番 寒徹骨 爭得梅花 撲鼻香)'라는 당나라 고승 황벽 선사의 한시를 읊은 뒤 "지금 죽음의 계곡에 가장 깊이 들어가 있는, 그런 아픔이 진한 향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간"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의 과정을 희망의 향기를 만드는 연단이라 생각하시고 함께 해나가면 꼭 된다"며 "된다, 된다, 꼭 된다"를 외웠다.
"형님들, 누님들께서 하태경이 사고를 안 치나 조마조마했을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떤 하 전 최고위원은 "유 전 대표, 정 전 대표, 이 전 대표 등과 같이 있으면서 정치적인 의리 같은 걸 많이 배운 것 같다"고 했다.
하 전 최고위원은 통합이 옳은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선택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당을 크게 만들고, 우리 동지들을 크게 만들고, 더 많이 함께해야겠다는 일념은 전혀 변함이 없다. 저는 지금 우리가 함께하는 이 당을 더 크게 만들어야 우리가 산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당직자들도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당직자는 "처음 당에 왔을 때 들었던 마음가짐을 함께 공유하고, 함께 미래상을 그렸던 것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며 "저희가 돈을 위해 온 게 아닌 것 잘 아실 거다. 개혁보수에 동의하고, 개혁보수가 대한민국을 발전시킬 것이라 생각하는 믿음은 아직 가슴 속에 남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면접 당시) 1층 화장실에서 머리를 만지고 긴장을 했던 기억이 역력하다"며 "1년 반 동안 정말 너무 많은 일을 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남은 후배들이 저희를 위해 희생해주신 분들을 대신해서 열심히 하고, 나중에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날 수 있게 단단히 더 열심히 준비를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