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대중영합주의가 아닌 제대로 된 국‘국가주의’가 필요하다

2018-08-2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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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는 정부 간의 경쟁 점입가경, 경쟁력 있는 정부가 경쟁에서 승리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요즘 정치권에서는 ‘국가주의’에 대한 논쟁이 그렇게 뜨겁지는 않지만 불이 지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국가의 지나친 개입이 오히려 화를 자초하고 있다면서‘탈(脫)국가주의 혹은 시장주의’에 대한 주장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하지만 글로벌하게 보면 지구촌 상당수 국가들에서 국가의 개입을 더 강화하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다만 국가의 기능이나 역할이 국가가 따라 다소 간의 차이는 있다. 국가가 경제를 자극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요소로 그 지향점이 결정된다. 즉 공급과 수요를 두고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정책적 접근을 하느냐는 것이다. 공급은 생산에, 수요는 소비에 방점을 둔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공급 사이드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 뚜렷한 특징이다. 4차 산업혁명과 갈수록 거칠어지는 보호무역의 파고 속에서 어떻게 상대를 제압하고 이기는 경제를 만들어갈 것인가가 모든 국가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적 공통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노믹스는 ‘레이거노믹스’의 복사판이다. 미국 경제의 재건이라는 측면에서 궤를 같이 한다. 소위 말하는 ‘공급 경제학’으로 종래 수요 중심의 케이지언 방식이 아닌 공급 측을 자극하여 수요로 파급되는 정책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감세,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안정적 금융 정책, 세출 삭감 등의 방식을 채택한다. 재정적자 확대라는 오명을 남기기도 했지만 기업의 투자 의욕을 부추겨 미국 경제가 화려하게 재건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고스란히 답습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가 가장 강력하게 부활, 최고의 우등생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트럼프노믹스의 핵심은 기업을 움직여 민간투자를 활성화시키며, 이를 통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소득이 증가하는 경제의 선순환을 유도한다. 이러한 성공 공식이 현재까지는 제대로 정확하게 작동을 하고 있다. 정부가 경제 재건을 위해 어떤 기능과 역할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한 모범답안을 제시한다.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아베노믹스’도 이와 흡사하다. 경제의 젖줄인 공급 사이드 회복에 과녁을 정조준하고 있다. 재정 확대와 금융 완화를 통해 엔저(円低)를 유도하면서 기업의 수출 독려에 역량을 집중시킨다. 감세와 규제 완화 등 기업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혈안이 되고 있다. 4년간 지속된 이러한 정책의 효과가 기업의 실적 호조로 확실하게 연결되고 있다는 것이 각종 통계로 증명이 된다. 기업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20년 만에 올 임금 인상률이 사상 최대치인 2.4%(246개 주요 기업 대상 조사)에 달했다. 기업이 살아나면서 투자와 고용이 늘고 임금이 오르는 선순환 연결고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실업률은 2%대로 일자리가 남아돌 지경이며, 마지막 퍼즐인 소비지출 확대를 통한 내수 회복에 진력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불거지고 있는 경기 하강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중국 정부도 대규모 재정·금융 확대 정책을 꺼내 들었다. 관세폭탄 피해 업체를 구제하기 위해 100조 원 이상의 긴급 자금으로 수혈에 나선 것이다.

국가 개입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공급 사이드 경제는 모두 거리에 나앉는다

이렇듯 국가 정책의 화살촉이 철저하게 공급 사이드의 회복을 겨냥한다. 민간 기업이 살아나야 투자와 고용, 그리고 임금이 증가하고 궁극적으로 소비로 연결된다는 방정식을 철저하게 신봉한다. 제로섬 게임이 아닌 포지티브섬 게임 방식을 통해 더 많은 파이가 공급 사이드 쪽에 만들어지면서 수요 사이드로 파급되는 정상적인 경제순환 구조를 창출해 내고 있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산업 공동화 우려나 기업 생존이 위기로 내몰리는 상황에서는 이 방식을 선택하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 안타깝게도 우리 정부는 정반대로 움직인다. 소득의 양극화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다는 취지에서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라는 게임을 룰을 적용하고 있다. 다른 경쟁자들이 취하지 않는 우리만의 특유한 방식이다. 공급 사이드의 중심인 기업은 국가 정책에서 외면당하고, 파이는 줄어드는데 오히려 임금을 올리는 전형적인 악순환 구조를 고집한다.

정부가 재정확대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돈을 어디에 쓰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만들겠다는 공공 부문 일자리는 결코 좋은 일자리가 아니다. 미봉책에 불과하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 죽어가는 경제 생태계를 복원하면서 민간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도록 정부의 실탄이 제대로 적기에 공급되어야 한다. 일자리 창출에 50조 원이 넘는 재정 지출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7월 일자리 증가가 고작 5천에 그쳤다는 것은 정책적 실패를 명확하게 대변해 주고 있다. 반도체 빼고 제대로 작동을 하고 있는 산업이 없고, 공급 사이드의 핵심인 지방 경제는 더 나락으로 빠져든다. 기업과 자영업자들은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제대로 된 국가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더 이상 경제에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을 거둬들어야 한다. 공급 사이드가 여기서 더 추락하면 회복은커녕 글로벌 경쟁에서 백기를 드는 낙오자로 전락하는 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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