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이 실패하면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무역전쟁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27일 트럼프 행정부 내 강경파(매파)들이 올 여름 폭탄관세 싸움과 무역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공세를 강화할 태세라고 전했다.
데이비드 달러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우리는 향후 몇 개월 동안 무역전쟁 확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류허 중국 부총리의 종전 협상 결과를 이미 깨뜨렸다며, 이번 협상의 실패 조짐을 읽는 건 어렵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안 그래도 미국은 지난주 미·중 무역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연간 16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폭탄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7월 340억 달러 규모에 이은 2차 폭탄관세다. 중국도 똑같이 대응하면서 두 나라는 연간 총 1000억 달러 규모의 교역품에 폭탄관세를 물리게 됐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이에 더해 지난주 연간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10%나 25%의 추가 관세를 물리기 위한 공청회를 시작했다.
아울러 미국에서는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CFIUS는 국가안보위협을 명분으로 중국 등 외국의 자국 기업 인수 시도에 더 강력한 제동을 걸 수 있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지난 24일 워싱턴DC에서 유럽연합(EU), 일본 관리들과 만나 중국의 불공정무역 행위를 막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일련의 행보는 트럼프 행정부 내 대중 강경파들의 승리를 방증하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의 대중 반무역 공세 수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스콧 케네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최근 중국에 대한 미국의 요구가 진화한 것도 매파의 승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올 초 중국을 방문한 므누신 장관과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의 우선순위는 대중 무역적자 감축이었다. 이들은 이를 위해 중국에 미국산 대두(콩)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원자재 수입을 늘리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 수준은 몇 달 만에 최고조로 높아졌다. 산업 보조금을 철폐하고 지식재산권을 침해하지 말라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 정책의 구조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케네디 연구원은 로버트 라이트 하이저 USTR 대표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등 매파들이 중국에 '스펙트럼의 변화'를 압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케네디는 다만 백악관 내부에서 무역정책을 둘러싼 강경파와 온건파의 싸움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라고 봤다. 강경파의 경우 아시아의 공급망을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는 게 궁극적인 목표인 만큼, 더 야심찬 목표에 눈길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온건파의 견제도 남아 있다.
채드 보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연구원도 대중 무역전쟁을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의 종반전이 어떻게 전개될지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대중 추가 폭탄관세를 둘러싼 미국 업계의 반발이 거센 데다, 연간 2000억 달러 규모의 폭탄관세 품목엔 처음으로 소비재가 대거 포함돼 가계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와 2020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엔 정치적 부담이 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강력한 미국 경제가 트럼프 행정부에 대중 무역갈등을 더 고조시킬 여지를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들이 관세에 반발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정책 덕분에 거두는 이익도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달러 연구원은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탄탄해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내년에나 느껴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인사들도 무역전쟁을 경계하면서도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파월 의장은 지난 24일 취임 후 첫 잭슨홀 미팅 기조연설에서 강력한 성장세에 따른 점진적인 금리인상 방침을 재확인했을 뿐 무역 문제는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