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통신사의 6만원대 요금제를 쓰고 있는 직장인 김영근(32) 씨는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요금제 개편을 통해 이용자 혜택을 늘렸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고 신규 요금제를 알아봤으나 허탕만 쳤다. 신규 6만원대 요금제는 매달 100GB(기가바이트) 이상의 데이터를 제공하지만, 김 씨가 사용하는 요금제보다 비쌌고 매달 데이터량은 10GB 정도면 충분했기 때문에 불필요했다. 밑 단계인 4~5만원대 구간은 데이터량 제공이 3~6.6GB에 불과했다. 통신비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막상 지금보다 나을 게 없었던 것이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신규 요금제 개편을 통해 데이터 중심 서비스를 강화했지만, 이용자들의 선택폭은 오히려 좁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가와 고가요금제 구간 위주로 양분돼 중간 단계의 요금제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구간별 요금제가 세분화되어 있지 않아 소비자의 이용패턴에 맞는 요금제의 선택이 어렵고, 결과적으로 6만원대 구간 이용을 유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1인당 월평균 스마트폰 데이터 사용량이 7GB를 넘어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4월 무선통신서비스 가입회선 통계’에 따르면 4세대 이동통신(LTE) 스마트폰 가입자 1명당 데이터 사용량은 올 4월 7.07GB를 기록했다. 데이터 소비량은 2015년 10월 4GB를 기록했고, 2016년 7월 5GB, 2017년 4월 6GB를 넘어서며 매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내년이면 8GB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통사의 신규 요금제는 외관상 요금제를 단순화시키고 데이터량을 급격히 늘렸지만, 월평균 데이터량을 고려한 요금제는 찾을 수 없다. 업계에서는 10~20GB 수준을 제공하는 요금제도 출시해 중간층의 소비자 선택권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용희 숭실대 교수는 “요금제를 자세히 검토해보면 무제한을 미끼로 1만원 이상의 요금제 인상을 꾀한 것”이라면서 “3사가 비슷한 수준의 요금제를 개편하는 것은 일종의 담합이라고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실질적인 중간 요금제 역시 마련해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혀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보편요금제 입법화를 막기 위해 저가요금제를 만들다보니 사업자 입장에서는 고가요금제 유치를 통해 손실을 막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이통3사가 이번에 내놓은 저가요금제는 데이터 제공량은 1∼1.3GB에 음성통화는 무제한, 가격은 3만3000원대로, 25% 요금할인을 적용할 경우 2만4000원대에 이용할 수 있다. 정부가 추진중인 보편요금제(월 2만원대에 1GB 이상, 음성통화 200분)에 준하거나, 이를 뛰어넘는 혜택이다.
김도훈 경희대 교수는 “정부의 보편요금제 입법화를 막기 위해 이통사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저가요금제를 내놓다보니, 고가요금제를 통해 수익을 메꿔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어찌보면 보편요금제 때문에 정말 필요한 요금제는 못 내놓는 부작용도 초래한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