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처럼 심신이 치유되는 여행지 어디 없을까 생각하니 문득 제주도가 떠오른다.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제주 힐링 여행지 세 곳을 소개한다.
◆밭담 사이사이로 비추는 햇살···평대리 일출·감수굴 밭담 길
어둠을 밀어내고 솟아오르는 붉은 빛은 평대리 앞바다를 물들이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세상에 빛의 생기를 뿌린다.
고단했던 어제를 뜨거운 햇살에 녹이고 더 나은 오늘을 희망해본다.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날들을 계획하는 마음이 끝없이 벅차오른다.
따스한 아침 햇살을 가슴에 담고 감수굴 밭담(밭의 가장자리를 돌로 쌓은 둑) 주변을 천천히 걷는다.
이른 아침, 선선한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상쾌한 공기가 폐부 깊은 곳까지 전달되는 듯하다.
밭담의 돌들은 얼기설기 물려있어 강한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는단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의지하며 살아온 제주민을 닮아서일까, 밭담은 투박하면서도 정겹다.
초가을 아침, 평대리 밭담 사이사이로 전해지는 제주 햇살과 풍광을 한참 동안 느낀다. 제주민의 삶이 내 안으로 살며시 스며든다.
◆현세와 천국을 넘나들다···효명사 천국의 문
우거진 숲, 얼기설기 엮인 나뭇잎 사이로 한 줄기 빛이 눈을 간지럽힌다. 그 아래로 드러나는 초록빛 이끼들은 마치 숲의 정령이 노니는 듯,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큰 도로에서 벗어나 우거진 숲속에 자리한 효명사(서귀포시 남원읍) 산신각을 지나 법당 옆길 계단을 내려가면 푸른 이끼가 덮인 아치형 문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이 현실일까, 천국일까? 돌계단부터 문 주위까지 초록빛으로 가득한 신비의 문을 넘어서는 순간 문득 묘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일까. 지역민들은 이 문을 ‘천국의 문'이라 부른다.
아직은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는 이곳은 힐링 여행지로 손색없다. 효명사 마당 작은 연못과 산책로 주변 계곡에서는 숨은 한라산의 자연을 만날 수 있다.
현실인 듯 천국인 듯, 나인 듯 내가 아닌 듯······. 효명사, 그곳은 더없이 오묘하고 신비로운 공간이다.
◆지친 심신, 물로 치유하다···제주 위 호텔
오롯이 '쉼'을 위해 여행을 계획한 여행자에게 호텔은 그 자체로 훌륭한 여행지가 될 수 있다.
서귀포시 회수동, 한라산 중턱에 자리한 제주 위(WE) 호텔은 '물 좋은 호텔'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지하 2000m 천연 화산암반수가 나오는 온천 터에 지어진 덕이다.
몸에 좋은 중탄산과 바나듐, 각종 미네랄을 함유한 화산암반수는 수영장 등 시설과 식음료에 두루 사용된다.
호텔에서는 이 물을 활용해 국내 유일의 '수(水)' 치료 프로그램인 '해암 하이드로 테라피'를 투숙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호텔 웰니스 센터 안에 있는 메디테이션(meditation, 명상) 풀에 들어가 부력 장비를 이용해 누우면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물에 몸을 맡기고 음악을 들으며 유영(游泳) 하기를 잠시, 담당 테라피스트가 물 안으로 들어온다.
감미로운 음악과 물의 온기, 테라피스트의 손길이 온몸을 살포시 감싼다. 몸은 편안해지고 마음은 차분해진다.
테라피스트가 온몸을 마사지하며 뭉친 근육을 서서히 풀어주는 데 걸리는 시간은 40분이다. 가격은 15만원 선으로 다소 비싼 편이지만 한 번 이용한 사람은 수 치료를 받기 위해 호텔을 다시 찾는다고 한다.
매일 아침 숲 해설사를 따라 호텔 뒤편 제주 원시림 산책로를 탐방하는 ‘힐링 포레스트’ 프로그램도 참여해볼 만하다. 원시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이 탐방 프로그램은 투숙객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