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43‧미국)를 따라다니는 엄청난 구름 관중은 돌아온 ‘골프 황제’의 샷 하나, 제스처 하나에 열광했다. 그들은 설렜다. 다시 빨간 셔츠의 마법이 풀어지길 바라면서. 하지만 끝내 챔피언 환호는 없었다. 다만 확실해진 건 하나다. 우즈는 우승으로 가는 길로 들어섰다.
우즈가 자신의 메이저 대회 최종 라운드 최저타 기록을 갈아치우며 9년 만에 메이저 대회 준우승을 차지했다. 우즈는 13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벨러리브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제100회 PGA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8개와 보기 2개로 6언더파 64타를 쳤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66타를 기록한 우즈는 우승을 차지한 브룩스 켑카(미국‧16언더파 264타)에 2타 뒤진 단독 2위를 차지했다.
우즈의 15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에 대한 기대감은 3라운드를 마친 뒤 급상승했다. 켑카에 4타 차 공동 6위였지만, 2라운드부터 보여준 상승 기류가 있었다. 첫날 이븐파에 머물렀던 우즈는 2, 3라운드 각각 4타씩 줄이며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마지막 날 우즈가 골프장에 등장하자 설렘은 치솟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빨간 셔츠의 우즈였다.
우즈의 집중력은 놀라웠다. 전반 9개 홀에서 페어웨이를 단 한 번도 지키지 못했다. 파4 홀 이상의 7차례 티샷은 모두 페어웨이를 벗어나 러프 혹은 벙커로 향했다. 하지만 우즈는 전반에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타를 줄였다.
위기관리 능력이 탁월했다. 1번 홀(파4)은 티샷이 왼쪽 벙커에 빠졌으나 파 세이브에 성공했고, 2번 홀(파4)에서는 티샷이 워터해저드 앞에 떨어졌으나 버디를 잡아냈다. 또 8번 홀(파5)과 9번 홀(파4)에서도 티샷은 왼쪽 러프와 카트 도로로 튀었으나 결과는 연속 버디였다.
열광하는 갤러리들을 등 뒤에 둔 우즈의 추격은 매서웠다. 우즈는 후반 12번 홀(파4)과 13번 홀(파3)에서 연속 버디를 다시 낚아 공동 선두였던 켑카와 아담 스콧(호주)을 1타 차로 압박했다.
승부처였던 14번 홀(파4)에서 보기는 아쉬웠다. 티샷이 러프로 향해 공이 깊이 박혔고, 세 번째 샷 만에 그린에 공을 올린 뒤 약 4m 파 퍼트가 홀을 스치며 빗나갔다. 하지만 우즈는 흔들리지 않고 15번 홀(파4)에서 곧바로 버디를 잡아 만회했다. 165야드를 남기고 9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이 홀 30cm에 붙으면서 탭인 버디를 잡았다.
우즈의 역전 우승에 대한 희망도 부풀었다. 16번 홀(파3), 17번 홀(파5)은 스코어를 줄일 수 있는 비교적 쉬운 홀들이었다. 16번 홀에서 2퍼트로 아쉽게 버디를 놓친 우즈는 17번 홀에서 역전 우승의 꿈을 접어야 했다. 자신 있게 페이드로 구사한 티샷이 오른쪽으로 크게 꺾이면서 워터해저드 쪽으로 향했다. 승부처라는 사실을 직감했던 우즈는 티샷 직후 분노를 참지 못하고 드라이버를 휘두르며 자책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 세 번째로 쉬운 홀이었기 때문에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물에 빠지진 않았지만, 진흙 위에 공이 떨어졌다. 세 번째 샷마저 그린 벙커에 빠졌지만, 파 세이브에 성공해 타수를 잃지 않았다.
그 사이 켑카의 샷은 우승으로 향했다. 가장 어려운 14, 15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스콧마저 따돌리고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우즈와는 3타 차였다. 우즈의 우승은 멀어졌지만,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건 우즈였다. 우즈는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약 6m 버디 퍼트를 넣은 뒤 주먹을 불끈 쥐는 특유의 세리머니로 역전 우승의 아쉬움을 날렸다. 스콧이 이 홀에서 보기로 한 타를 잃는 바람에 순위가 바뀌는 결정적 퍼트였다.
우즈는 “최선을 다했다. 잘 안 된 부분도 있기는 했지만 최대한 많은 버디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며 “1년 전만 해도 이런 상황을 상상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즈는 “오늘의 켑카를 상대로 우승하기는 쉽지 않다”고 패배를 인정한 뒤 “지금은 피곤하고 배고프다”고 웃으며 골프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