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현은 올해 메이저 대회인 한국여자오픈을 제패하며 ‘대세’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후 두 차례 대회에서 연속으로 컷 탈락의 충격에 빠졌다. 예상치 못했던 흐름.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다. 오지현을 괴롭힌 건 ‘욕심’이었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 잘하고, 우승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 못하더라.”
오지현은 12일 제주 오라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6억원)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만 4개를 잡아 최종합계 15언더파 201타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최혜진과 이정은6, 조윤지 등 2위 그룹과 격차는 무려 6타였다. 시즌 2승과 함께 통산 6승을 수확한 오지현은 최혜진을 밀어내고 상금랭킹 1위 자리도 탈환했다.
오지현은 “작년에 이 대회에서 안 좋은 기억이 있었는데 그 기억 때문에 이번에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스폰서 대회이자 아버지 고향에서 우승해 더욱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지현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2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날 4오버파로 부진해 고진영에게 역전 우승을 허용하고 공동 11위로 밀린 아픈 기억이 있다. 오지현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도 결이 같다. 문제는 ‘우승에 대한 욕심’이었다.
오지현은 “올해 목표가 ‘즐겁게 골프를 치자’는 것이었고, 그 목표가 잘 이뤄져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을 할 수 있었는데, 이후 욕심이 생긴 것 같다”며 “이후 컷 탈락한 두 대회에서 다시 배울 수 있었고, 다시 욕심을 버리고 이번에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임하는 각오가 그랬다. 전반기 메이저 대회 우승으로 얻은 상금랭킹, 대상 포인트 1위 자리는 그에게 욕심을 불렀고, 어깨에 부담을 얹었다. 오지현은 “전반기에 생각지도 못한 타이틀을 얻어 욕심이 생겨 많이 힘들었다. 타이틀은 따라오는 것이지 노린다고 얻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다"며 "타이틀을 지키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잠깐이었지만 느꼈다. 박인비, 유소연 언니들을 더 존경하게 됐다”고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결과적으로 두 대회 컷 탈락은 오지현의 마음을 정리하게 만들어준 특급 도우미였다. 오지현은 “하반기 첫 대회이기 때문에 욕심을 내지 않았고, 분위기 전환을 위해 내 플레이만 하려고 노력했다”면서 “해를 지나면서 챔피언조에서 어떻게 경기를 해야 하는지 조금씩 알아가며 성숙해지는 느낌도 들었다”고 말했다.
‘무욕’의 각오를 다진 오지현이지만, 그래도 욕심이 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이달 말에 열리는 메이저 대회 한화 클래식 타이틀 방어, 또 다른 하나는 올해 KLPGA 투어 여왕 자리인 대상 타이틀이다.
오지현은 “한화 클래식은 누구나 욕심을 내는 대회이고, 나 역시 우승 욕심이 난다. 그때까지 컨디션을 잘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상금왕도 좋지만, 한 해 동안 꾸준한 성적으로 평가되는 대상 욕심이 더 난다”고 덧붙였다. 오지현은 대상 포인트 349점으로 최혜진(362점)에 13점 차 뒤진 2위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