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가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기로 뜻을 모으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도할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에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KT와 카카오는 추가 자본을 투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며, 국내 유력 ICT 기업들이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에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12일 금융업계는 정부와 국회가 은산분리 규제 완화 수준과 적용 대상 등을 어떻게 결정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은산분리란 일반 기업이 은행의 지분을 최대 10%만 소유할 수 있고, 이 중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4%로 제한하는 규제를 말한다. 현재 이를 34% 정도로 확대해 인터넷전문은행을 활성화하자는 목소리가 여야를 막론하고 커지고 있다.
실제로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지난 9일 열린 2018년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카카오가) 추가 지분 획득을 통해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옵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반면 케이뱅크의 KT는 대주주로 나서지 못할 수도 있다. KT는 2016년 3월, 지하철 광고 아이티시스템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했다는 이유로 7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은행법 시행령은 의결권 있는 주식의 10% 초과 보유 시, 최근 5년간 금융‧조세‧공정거래 등의 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으면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 대상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국회에 있는 은행법 개정안과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 등은 개인 총수가 있는 자산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 제한 대기업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상호출자 제한 대상 기업이 아니고 자산 10조원 미만의 ICT 기업이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자산 10조원을 넘길 경우 은산분리 규제 완화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또한 카카오와 같은 기업이 카카오뱅크의 지분 한도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취지다.
이는 네이버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네이버는 개인 총수가 있는 기업이지만 자산이 7조1000억원이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 기조 속에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이 연내 출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면서 ICT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신기업 중에선 SK텔레콤의 선택이 주목받는다. SK텔레콤은 2015년 9월 인터파크가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했으나 최종 인가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금융업계와 협업해 신규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사업 기회를 지속해서 모색해왔다. 또한 경쟁사인 KT가 케이뱅크에 진출, 금융업에서 활발한 활동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종합 ICT 기업을 목표로 하는 만큼, 핀테크 산업 진출에 적극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