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숲을 품은 도시, 폭염의 해결책

2018-08-0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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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재 국립산림과학원장

도시숲 여름 한낮 평균기온 3∼7℃ 내려

도심 열기 완화 위해 숲공간 조성 필요

이창재 국립산림과학원장[사진 = 산림청 제공]


전 세계가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연일 40℃를 넘는 폭염으로 온열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유엔 산하기구인 ‘지속가능에너지기구(SE4ALL, Sustainable Energy for All)'는 냉각장치가 제대로 구비되지 않은 국가의 11억명이 온열질환 위험에 처할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나라도 올해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되면서 5월 20일부터 7월 28일까지 두 달여간 2042명의 온열환자가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여름 내내 발생한 환자 수보다 많다.
이런 폭염은 앞으로 지구온난화에 의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돼 지구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도심의 폭염을 완화할 수 있는 것이 도시에 조성된 숲과 나무들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도시 숲은 여름 한낮의 평균 기온을 3∼7℃ 내리고 습도는 9∼23% 상승시켜 쾌적한 도시환경을 만들어 준다. 가로수 그늘은 우리의 체온을 평균 2.3∼2.7℃ 낮춰준다.

이는 나뭇잎이 직사광선을 차단해주기 때문이다. 가로수로 많이 심은 버즘나무잎은 664kcal의 대기열을 흡수, 도심의 열기를 낮춘다. 이는 하루에 15평 에어컨 8대를 5시간 이상 가동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다.

도시 숲과 가로수는 도심의 온도를 낮춰주는 역할뿐 아니라 도시 외곽의 찬바람을 도심으로 유입해 도심을 시원하게 해준다.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독일의 산업도시인 슈투트가르트다. 도시 숲을 통한 바람길 조성으로 시간당 1억9000㎥의 신선한 공기를 도심부로 끌어들여 열섬현상을 완화시키고, 대기 오염을 개선했다. 우리도 독일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바람길 조성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도시가 생기기 전 산줄기‧평야‧하천‧맨땅으로 이어진 자연적인 짜임새 덕분에, 비열(比熱) 차에 의한 상승기류와 하강기류로 바람길이 만들어졌다.

바람길을 통한 대기순환으로 만들어진 산곡풍과 해풍 등으로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이다. 재‧령(嶺)‧현(峴)‧치(峙)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고갯길’은 산으로 가로막힌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길목이자 바람길 역할을 했다.

지금은 이런 고갯길이 모두 포장되거나 높은 건물이 들어서, 도시 밖의 찬바람이 도심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도시 숲과 가로수를 통해 도심의 열기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점단위의 조성보다 선으로, 나아가 면으로 이뤄진 숲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

가로수는 여러 줄로 심고 끊어지지 않게 이어주며, 건물 외벽은 덩굴식물 등으로 벽면 녹화를 한다. 또 도심 외곽에 숲을 조성, 시원한 바람을 만드는 동시에 도심에도 숲을 만들어 도시 내·외곽의 바람길을 연결해야 한다. 이렇게 조성된 가로수와 도시 숲은 도심의 폭염을 완화시킬 수 있다.

도심의 밀집성과 기존에 조성된 건물로 인해 추가적인 도시 숲 조성과 가로수 확대 정책이 쉽지 않다. 그러나 요즘 같은 폭염이 지속될수록 먼 미래를 내대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도로 경관을 위한 가로수 관리에서 벗어나 △가로수 밑 관목층 조성 △토양 관리 △복층 가로수 조성 등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가로수가 도심의 작은 숲이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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