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확정되면서 자영업자에 대한 추가 대책을 마련하려는 정부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자영업자의 최저임금 인상 보이콧까지 예고되는 상황에서 기존 자영업 대책마저 시장에서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갈수록 강력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지만, 정부 역시도 무한대로 지원할 수 없는 만큼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역시 지난달 30일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그동안 자영업자가 경제 구조적 문제의 완충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세제 등 측면에서 도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발굴해 추가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마련한 자영업 대책을 보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다만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세법개정안 등에 상당부분 반영된 만큼, 신규 대책을 찾는 데 상당히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진다. 추가 대책을 반영해도 이에 대한 반발이나 추가적인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어서다.
정부는 △영세소상공인 등 간이과세자 비율 조정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온누리상품권 판매에 이어 ‘소상공인 페이’ 정책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지원할 만한 혜택을 고민하고 있다.
현재 간이과세자 대상을 연 매출 4800만원 미만인 사람에게 적용하는 등 혜택을 주는 상황에서 이를 확대해 대상자를 늘릴 수 있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2000년 7월 이후 연매출 기준이 바뀌지 않은 만큼,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다만 연 매출을 확대할 경우, 과세 기반이 훼손되고 정확한 과세 데이터 파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일반사업자 555만명 가운데 165만명이 간이과세자여서 이보다 규모가 커질 경우, 근로장려세제(EITC)나 건강보험에 대한 대상자 구분이 정밀하게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공무원의 맞춤형복지비에서 온누리상품권 지급률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말 맞춤형복지비의 30%를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하라고 공공기관에 권고했다.
그러나 이마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높다. 17개 광역자치시도만 봐도 온누리상품권을 적용하지 않는 등 정부 권고안을 무시한 지자체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자체 중 아예 반영하지 않은 곳도 있고, 10%를 적용한 곳도 있다. 반면 30%에 가깝게 반영한 지자체는 1곳뿐”이라고 말했다.
경제장관회의에서도 온누리상품권 지급률 상향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지만, 공무원 노조의 반발 등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정부가 제시한 소상공인 페이의 경우, 취지는 좋지만 기존 카드사용자의 지출 패턴까지 바꿀지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전통시장에 준하는 40%의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한다고 발표했지만, 일반 카드사와 고객뺏기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와 일반 카드사와의 치열한 혜택 경쟁이 예고되면서 ‘치킨 게임(Chicken game)’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정부 관계자는 “최저임금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를 돕겠다는 취지”라면서도 “무조건 지원책만 마련할 수는 없고, 시장활성화 방안을 전방위적으로 찾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