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에 심신이 지쳐가는 요즘 유통업계만이 유일하게 웃음 짓고 있다. 더위를 피해 대형마트, 백화점, 쇼핑몰로 인파가 몰리면서 매출 호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홈캉스(집에서 보내는 바캉스)’족들이 늘면서 에어컨, 선풍기 외에도 미니빔프로젝터와 블루투스스피커, 열기없이 요리할 수 있는 전기레인지, 에어프라이어 등의 판매도 급증했다.
폭염 속 필수 아이템로 거듭난 일명 ‘손풍기(손+선풍기)’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2일 오후 롯데몰 수원 1층 리빙숍 ‘버터’에 따르면,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 무더위를 피하기 위한 필수 아이템으로 손풍기가 인기다.
이에 부응해 다양한 디자인과 기능으로 나만의 개성을 살리는 이색 손풍기도 등장했다. 버터에서는 △날개 없는 손풍기 △LED 캐릭터 손풍기 △향기 나는 손풍기 △세울 수 있는 스탠드형 △접을 수 있는 폴더형 등 다양한 손풍기를 판매하고 있다.
박재홍 롯데몰 수원점장은 “손풍기가 폭염을 피하기 위한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잡아 지난 한 주 동안 이 매장에서 200여개 이상 판매됐다”면서 “특히 안전과 위생 때문에 날개 없는 손풍기가 큰 인기”라고 말했다.
또한 더위를 피해 가족들과 실내 쇼핑에 나선 이들이 늘면서 남성의류 부문 매출도 급증세다. 지난 7월 신세계백화점 남성패션 장르 매출을 살펴보면 전년대비 12.9% 신장해 전 장르 중 가전장르(18.9%)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이는 에어컨 등 냉방기기의 수요가 폭발한 가전장르에 버금가는 두 자릿수 신장세다.
이는 40대 이상 아재 고객들이 견인차 역할을 했다. 실제 7월 신세계의 남성패션 장르의 연령별 매출 신장률을 보면, 40대가 12.1%로 가장 많이 늘었고 그 뒤를 11.2%의 60대 이상 고객들이 차지해 주 고객층인 2030세대 고객들을 제쳤다.
박제욱 신세계백화점 남성의류팀장은 “올 여름의 경우 버티기 힘들정도의 더위로 인해 계절변화에 따른 의류 구매가 적은 40대 이상 남성 고객들까지 여름 의류를 구매하며 남성패션의 매출호조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록적인 폭염을 피해, 대형마트 방문 고객도 늘고 있다. 특히 야간 시간대에 열대야를 피해 마트를 방문하는 고객이 증가세다.
롯데마트는 전 영업 시간 중 야간 시간대인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 매출 비중이 무더운 날씨가 시작된 7월에 14.7%까지 증가했다. 올해 1~6월, 같은 시간대 매출 비중이 10.5%인 것과 비교하면 4% 포인트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에 롯데마트는 오는 31일까지 야간 시간대인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 ‘야(夜)시장’을 테마로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롯데마트 계양점, 양주점 등 총 10개 점포에서 순차적으로, 지역 커뮤니티와 연계해 야간 플리마켓을 연다. 플리마켓에서는 의류, 잡화 등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야식도 판매한다.
특히 이 기간 롯데마트 전 점포에서는 야간 시간대에 ‘야간 장터’를 열고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 축산, 수산 등 신선식품의 품목과 할인율을 매일 점포 별로 선정하며 다양한 생필품도 할인 판매한다.
장대식 롯데마트 고객채널본부장은 “최근 야간 시간대에 무더위를 피해 마트 방문 고객이 증가세다. 이러한 분위기는 8월에도 계속될 것”이라며 “열대야를 피해 야간 시간대 방문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즐겁고 재밌는 쇼핑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맞춤형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