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 상장법인 391곳, 2404개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국민연금은 이 가운데 약 63%에 해당하는 245곳에 1건 이상 반대표를 던졌다. 주총에 오른 전체 안건에 대한 반대 비율은 17.6%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의결권을 행사한 상장사 수가 13곳 늘었고, 반대 비율도 1%포인트가량 올랐다.
올해 반대 비율이 50%를 넘어선 상장사는 모두 13곳이다. 서연과 현대그린푸드, 동양생명, 효성, 남양유업, 선진,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삼성물산, 화신, 아모레퍼시픽, 부광약품, 대한유화가 여기에 해당됐다. 전년에는 이런 기업이 52곳에 달했었다.
효성은 2년 연속 반대 비율이 50%를 넘어선 유일한 기업이다. 국민연금은 이 기간 효성에서 올린 13개 안건 가운데 10개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횡령이나 배임, 분식회계에 연루된 구성원이 연임하는 것에 제동을 건 것이다.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음료도 국민연금에서 각각 88.9%, 62.5%에 달하는 안건에 반대했다. 삼성물산도 10개 가운데 5개 안건에 반대표를 받았다.
국민연금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최치훈 삼성물산 전 사장을 각각 롯데쇼핑과 삼성물산 사내이사로 선임할 경우 기업가치를 훼손할 것이라고 봤다.
배당이 적은 기업도 국민연금에서 표적으로 삼았다. 남양유업과 현대그린푸드가 여기에 해당한다. 국민연금은 두 기업을 중점관리기업으로 공시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이런 기업 이름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수 일가가 갑질 논란을 일으킨 대한항공은 국민연금으로부터 공개서한을 받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주식을 보유한 기업에 공개서한을 보낸 것도 처음이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단계적으로 진행될수록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제한적이지만 경영 참여에 해당하는 사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자본시장법상 경영 참여는 등기임원 선·해임이나 정관·자본금 변경, 기업 분할·합병, 영업 양·수도, 자산처분, 기업 해산에 관여하는 것을 뜻한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우리 증시는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와 낮은 배당성향 때문에 저평가돼왔다"며 "스튜어드십코드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