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의 칼럼] 미국과 중국, 이미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졌다?

2018-08-0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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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의 야저우징지 총편집 


미·중 간의 무역전쟁이 점입가경이다. 미국이 2000억 달러의 중국 수입상품에 대해 10%의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을 선언한 데 이어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50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상품 전체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반면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일촉즉발의 무역갈등이 지난달 25일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미국은 유럽산 자동차와 차 부품 등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보류하고 EU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와 대두 수입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향후 양자 실무협상에서 자동차를 제외한 모든 공상품에 대해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철폐할 것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 앞서 EU와 일본이 ‘경제 파트너 협정(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을 체결했다. 이 협정에 따라 일본은 유럽산 주류·식품에 대해 수입관세를 대폭 인하하고, EU는 일본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없앤다. 협정이 성공적으로 이행된다면 전 세계 경제규모(GDP)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자유무역지대가 형성될 것이다.

지난달 27일 일본 교도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미국과 일본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이달 말 이전에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미·일 FTA, 미·EU 제로(0) 관세가 순항할 경우 기존 세계무역의 규칙과 질서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고 글로벌 경제 판도가 확 바뀔 것은 두말 할 것도 없다.

‘미국 우선’을 고취해온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을 뒤집고 일련의 세계기구와 글로벌 협약을 탈퇴하였으며 보호무역주의의 장본인 행세를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오바마 대통령의 TPP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 이 드라마틱한 반전의 배경에는 중국을 배제하는 새로운 세계무역질서를 확립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융커 집행위원장의 회담이 끝난 후 래리 커들로 백악관 통상보좌관의 말은 더 적나라하게 그 의도를 드러냈다. 그는 “미국과 EU는 공조하여 중국에 대응할 것이다. 중국은 세계무역질서를 붕괴하게 했다”고 말했다. 사실 트럼프와 융커도 세계무역기구의 개혁에 있어서 공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들은 중국의 시장경제지위 승인과 관련해 시한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승인하지 않았다. 그 이유로 중국이 세계무역기구 등 현존 무역질서를 편법으로 이용하여 최대한의 이익을 얻었음에도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 정부의 보조금 지원 등 강력한 지원책에 힘입어 불공정한 무역을 하면서 상대의 경쟁력을 약화시켰으며 일방적으로 미국에서 거대한 이익을 챙겼다는 것, 지적재산권과 외국투자기업의 기술을 불법 혹은 불합리한 조건으로 절취했다는 것 등을 내세웠다. 

중국은 중·미 간의 무역불균형 문제는 미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양국 간 구조적인 문제, 미국의 대중국 수출제한, 무역거래 통계상의 문제로 야기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중국은 WTO 가입 시의 약속을 잘 이행하고 있으며 경제의 발전이 절취한 기술로 이뤄졌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중국정부는 시장이 자원배치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양국 정부 간 협상을 몇 차례 했지만 결국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무역전쟁까지 이어졌다.

미국 국내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미·중 관계 개선 이후로부터 특히 중국의 WTO 가입을 계기로, 미국은 중국과의 ‘접촉전략’을 통해 내심 중국이 서방세계의 일원으로 편입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미국은 몸집이 커진 중국이 이념, 가치체계나 사회제도, 정치제도 등 근본적인 분야에서 점점 미국과 멀어지고 심지어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에 도전하는 상대로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민수주의(民粹主義·포퓰리즘)' 정서가 늘어나고 있는 미국사회, 이 정서에 의해 백악관에 입성한 트럼프 행정부가 역대 미국 정부와 달리 중국에 대하는 태도가 ‘접촉전략’보다는 ‘억제전략’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자주 등장하는 ‘신냉전’설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어떤가? 덩샤오핑의 ‘도광양회(빛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실력을 키우다)’를 주장하는 사람이 있지만 주머니 속 송곳이라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이다. 비록 중국이 평화굴기를 주장하고 실천하기도 하지만 국력의 신장에 따라 기존질서의 변화 혹은 개혁, 이익의 재분배를 요구하게 된다. 중국은 역사, 문화, 사회 기반의 특성상 서양의 모델을 따라가는 것은 위험하고 불가능하다고 보고 서방 시스템을 중국에 들씌우는 것에 반감을 가진다. 미국이 일으킨 무역전쟁은 자신의 패권을 유지하고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려는 의도로 인식하고 있다. 세계적인 석학 새뮤얼 헌팅턴은 '문명의 충돌'을 예언했다. 이러한 충돌은 예언대로 발생하고 있다. 많은 학자들 또한 미국과 중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질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이 예언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듯하다.

미·중 양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을 피하는 방법은 전략적 오판을 방지하고 미들 포인트에 어프로칭하는 것이겠지만, 당분간 발등의 불인 무역전쟁을 다른 분야, 특히 정치·외교분야까지 비화시켜 전면적인 대립까지 가는 것을 모면하는 것이다. 투키디데스 함정의 또 다른 교훈은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모두 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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