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망각의 경계에서, 우린 기억 대신 기록에 의지해서 옛 시간을 더듬는다. 지나간 어떤 특정한 시간을 더듬는 까닭은, 그 시간이 지금 우리에게 의미심장하기 때문이다. 영화 또한 하나의 탁월한 기록일 수 있다. 영화는 물론 '역사'를 핍진하게 재현하는 것만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변주도 있고 해석도 있으며, 나아가 상상과 의도적 재구성도 있다. '역사적 기억'이 지금 오늘의 현실과 서로 넘나들면서 새롭게 의미를 생산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100년 기억의 편린을 담아낸 영화를 주목한 사람이 있다. 전직 경찰이자 프로파일러로서 '스타지식인'으로 손꼽혀온 표창원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용인정)이 그 사람이다. 과거의 지점을 소급한 영화 속에서 우린 무엇을 보고 무엇을 말할 것인가. 영화들은 다만, 100년의 결과물인 '지금 현재 우리'의 숨은 시간들을 말하는 이야기의 단서를 제공할 뿐이다.
표창원의 꼬마영화제(2018년 8월2일-4일, 이름은 작지만 뜻은 오히려 다른 영화제들보다 클지도 모른다)가 '엔딩크레딧(마지막 자막)'이란 이름을 단 것은, 아마도 이야기의 단서로서의 영화를 의식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날카롭고 세심하면서도 포인트를 꿰차는 솜씨를 갖춘 오동진 영화평론가와 역사 프로파일러를 자임할 표창원의 대화가 영화의 진정한 뒤풀이로 기다리고 있다. 토요일(8월4일) 행사 때는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의 심옥주 소장도 참여한다. 국회의원이 호스트인 만큼 역사가 남겨놓은 것들에 대한 정책적 혹은 입법적 접근까지 시도해볼 요량인듯 하다.
사흘동안 다루는 영화의 면면을 보면 흥미롭다. 김구선생을 새롭게 재현한 '대장 김창수(2017, 이원태감독)', 여성독립투사를 모델로 한 '암살(2015, 최동훈 감독)', 당시를 누볐던 보통남녀들을 다룬 '모던보이(2002, 정지우 감독). 정치지도자와 여성투쟁가, 그리고 한양의 선남선녀까지, 그들의 '시간' 속에선 잃어버린 나라에 대한 비원이 가슴 속에 꿈틀거리고 있었고, 성별을 막론하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저마다 위태위태한 가운데 독립투쟁의 내면을 키우고 있었다는 걸, 영화들은 저마다의 스토리 속에서 증언한다.
100년의 분수령을 맞는 '마음의 채비'라도 할 겸해서, 이번주 8월2일(목)부터 주말까지 펼쳐지는, '표창원의 엔딩크레딧' 영화제에 들러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강남 테헤란로 아그레라운지와 마포구 빨간책방, 경기도 용인시 기흥의 아우라배(AURA BAE)에서 번갈아 열린다. 이것이야 말로 타임머신을 타고 떠나는 '100년 시간여행'이 될지도 모른다. 영화와 현실,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만나는지도 궁금해지고 당대의 스토리텔러들이 펼칠 '역사썰전' 또한 기대감을 높인다. 참가신청은 포스터를 참고하면 되리라.
이상국 아주닷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