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돈보따리 풀기에 나섰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서민의 실질소득이 줄어든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각종 세 부담을 줄여 실질소득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향후 5년간 2조5000억원의 세수 감소효과를 거둬 소득재분배 효과를 키운다는 방침이다.
또 지난해 대규모 ‘부자증세’를 예고했던 대기업과 고소득자의 세 부담도 낮아졌다. 기업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부자증세에 대한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30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2018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올해 세법개정안은 △소득 재분배 및 과세형평 제고 △일자리 창출 △혁신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이 지난 상반기에 발표한 △청년 일자리 대책 △지역 대책 △혁신성장 지원방안(5월) 등 주요 대책과 관련, 세제 측면에서 뒷받침하는 수준에서 수립됐다고 밝혔다.
전체적인 방향은 근로소득장려세제(EITC) 확대에 비중을 뒀다. 이는 현행 연간 총소득이 2500만원 이하인 저소득 가구에 대해 근로소득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한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근로 빈곤층의 실질소득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실제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EITC 개편을 통해 내년부터 334만 가구에 3조8000억원을 지급한다. 현행(166만 가구 1조2000억원)보다 지급 대상은 2배, 규모는 3.2배로 확대한 것이다.
단독·홑벌이·맞벌이 가구별 소득요건을 현행 중위소득의 50% 이하에서 60~70% 수준으로 완화, 기초생활보장제도(중위소득의 30∼50% 이하 지원)보다 넓혔다.
이에 따라 단독가구는 연 소득 2000만원 미만, 홑벌이가구는 연 소득 3000만원 미만, 맞벌이가구는 연 소득 3600만원 미만이면서 재산 2억원 미만이면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
최대지급액도 인상된다. 단독가구는 85만원에서 150만원으로, 홑벌이가구는 200만원에서 260만원으로, 맞벌이 가구는 2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각각 커진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내년부터 향후 5년간 2조5000억원의 세수감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EITC 확대로 인해 3조원가량 세수가 줄어드는 점을 감안한 결과다.
한편 정부는 최근 경제불안이 가중되면서 부자증세에 대한 속도조절에도 나섰다. 개정안에 따르면 고소득자의 경우 △종합부동산세 개편 2800억원 △조합 예탁금 등 저율 분리과세 전환 300억원 △기부금 세액공제 확대 등 900억원으로, 총 2200억원 세 부담이 증가했다.
대기업도 △종합부동산세 개편 6100억원 △외국인투자에 대한 법인세 등 감면 폐지 1400억원이 가중됐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세법 개정안에서 예상한 3조7000억원과 비교해 90%가량 감소한 수치다.
김 부총리는 “고소득자와 대기업 증세가 작년처럼 크지 않지만, 효과 면에서 들여다봐야 한다”며 “전반적인 (부자증세) 정책기조가 바뀐 건 아니다. 다만 정부 입장에서 시장과 기업에 경제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신호를 주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세법개정안에서는 EITC 확대 이외에 △부동산 세제 적정화 △고용 위기지역 또는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법인세‧소득세 감면 △고용증대세제의 청년 위주 확대 △신성장 기술 사업화 세제지원 △면세점 특허 제도 개선 △납부불성실 가산세 및 가산금 인하 등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