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남동부 아타푸 주에 있는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댐의 보조댐이 붕괴되면서 수백명이 실종되고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피해가 커지자, 라오스 정부가 피해 지역을 긴급재난구역으로 선포했다. 전력 수출에 대한 지나친 야심에 따른 예견된 참사라는 분석에 따라 동남아시아지역 수력 발전 사업에도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 수출 욕심에 예견된 참사?...전력 수출 사업 '적신호'
실제로 현재 라오스 전체 수출에서 전력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한다. BBC의 2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라오스 정부 계획대로 2020년까지 100대의 수력 발전소를 설치, 운영하게 되면 생산 가능한 전력량은 2만8000메가와트(MW)로 늘어난다. 2017년 현재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발전소는 54개에 달한다.
이번 참사를 불러온 라오스 남동부 아타푸 주의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댐의 보조댐 건설도 같은 전략에서 비롯됐다. 2019년 본격 운영을 목표로 건설 중이던 이 댐은 합작법인인 세피안-세남노이 전력회사(PNPC)와 태국전력공사(EGAT) 간의 전력 구매 협정에 따라 생산된 전력의 90%를 태국에 수출할 예정이었다고 CNBC는 전했다. 나머지 10%는 PNPC와 라오스전력공사(EDL)의 합의에 따라 지방 전력망에 공급할 예정이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고가 라오스의 과도한 욕심이 만든 예견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스콜성 집중호우가 자주 내리는 만큼 수력발전소를 운영할 만한 기후 조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도주의 정보 포털인 릴리프웹(ReliefWeb)에 따르면 지난 2013년에는 3개월 동안 계절성 폭풍이 5차례나 라오스를 강타해 약 34만7000명이 피해를 입었다.
메콩 강을 따라 건설된 수력발전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다는 우려와 함께 환경 문제도 불거졌다. 메콩 강 물줄기가 막히면 동식물 생태계가 훼손될 뿐만 아니라, 하류 지역의 농업 등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발전소 건설 과정에서의 안전 문제도 꾸준이 지적됐다. 지난 2012년에는 메콩 강의 사야부리 댐 건설 과정에서 침전물이 발생해 작업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주요 위험에 노출"...태국·베트남·캄보디아 등도 위험
이번 사고는 라오스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의 수력 발전 사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동남아 국가들은 2020년까지 수력발전을 통해 약 61기가와트(GW) 수준의 전력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2012년 전력 생산량의 2배 수준이다.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수력 발전이 주요 대안 에너지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메콩 강 상류를 따라 6개의 주요 댐을 건설했다. 추가로 11개의 댐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국제수력발전협회(IHA)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도 전력 수요 급증에 따라 2021년까지 자국 수력발전소를 통해 약 6GW 수준의 전력을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메콩 강을 비롯해 통킹만, 남중국해 등 사방에 물줄기가 뻗어 있는 만큼 베트남도 최고의 수력발전 개발국으로 꼽힌다. 베트남은 2030년까지 10GW 수준의 전력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밖에 상대적으로 작고 산이 많은 부탄도 인도의 지원을 받아 인도 수출용 수력 발전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문제는 베트남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남아 수력발전소가 '동남아의 젖줄'로 통하는 메콩 강 근처에 세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생태계 파괴와 홍수 등의 문제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IA에 따르면 메콩강위원회는 환경 문제를 평가하기 위해 현재의 수력 프로젝트 일정을 10년 정도 미뤄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국제 환경단체인 인터내셔널리버스 측은 "예측할 수 없는 극단적인 기상 상황에서 안전 관련 통보를 하지 못해 일어난 이번 사고는 댐 건설·운영 과정에서의 부적절한 경고 시스템을 보여준다"며 "이번 사고로 극한의 기상 조건에 대처할 수 없는 댐 설계 관련 '주요 위험'이 노출되었다"고 지적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