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형편없는(disastrous)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도 고립됐다." 미국의 의회전문지 더힐은 18일(이하 현지시간)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황을 이렇게 평가했다. 실제로 취임 뒤 1년 반 동안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며 밀어붙였던 트럼프식 '일방주의'는 여기저기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무역·안보·정치 모든 분야에서 미국을 뺀 연대가 늘어나고 있으며,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美 핵협정 탈퇴하며 강화한 이란 제재··· 中·유럽 이탈로 무력화 우려
그러나 중국이 향후 이란의 원유를 더 구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 보도했다. 막대한 원유소비국이자 이란의 최대 무역파트너 중 하나인 중국이 나설 경우 다른 나라의 수요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미국 정부는 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유럽 기업들도 이란과 독자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방안을 찾고 있다. 앞서 미국은 이란에서 활동 중인 기업에 대한 제재를 면제해 달라는 유럽국가들의 요청을 거부하면서 강력한 제재를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프랑스와 영국, 독일 정부가 미국이 탈퇴한 이란핵합의 유지를 위한 금융채널 개설 방안을 찾고 있다고 WSJ는 지난 16일 전했다. 3개국 중앙은행 내의 이란 중앙은행계좌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통해 이란이 유럽에서 얻은 원유수출 수익을 자국에 송금하고, 이란이 자동차 산업 등에 필요한 주요 부품들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유럽이 이란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려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며, 핵합의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미국과 멀어진 EU 일·중과 근접··· 러시아 정상회담에 공화당 내 비판도 높아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전쟁 전선을 넓혀가고 있는 가운데, 다른 국가들은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이 17일 거의 모든 교역 상품의 관세를 철폐하는 자유무역 협정에 서명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이 협정은 세계 경제의 3분의1을 포괄하는 규모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번 협정을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양자 무역 협정'이라고 강조하면서 "유럽과 일본의 관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 굳건해졌다"고 말했다.
EU와 중국과의 관계도 밀접해지고 있다. 중국 리커창 국무원 총리와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지난 16일 제20차 중국-EU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중국과 EU는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을 통해 다자 무역체제를 수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 움직임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지난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2016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을 부인한 푸틴 대통령의 입장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인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내에서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야당은 물론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을 비롯한 친(親)트럼프 인사들도 "수치스럽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굴욕적인 정상회담을 하고 왔다고 비난하면서, 미국 내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고 CNN 등 현지 언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