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거대 시장 중 하나인 인도의 부상에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세계 무역전쟁 속 미국과 유럽, 그리고 중국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인도가 글로벌 무역의 리더로 설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성장하는 인도 슬로건 제창…안정된 금융환경 제공이 관건
지난 2014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재임 뒤부터 '성장하는 인도'에 초점을 맞췄다. 출범 이후 적극적 개혁에 나서면서 연평균 경제성장률 7%대를 기록하며 포스트 차이나로 입지를 다졌다. 총리는 경제성장을 위해 여러 슬로건을 내세웠는데, 대표적인 것이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다. 낙후된 제조업을 육성해 경제 성장을 제대로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인도 정부는 연간 12~14%의 제조업 성장을 통해 2022년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을 25%까지 확대하고 1억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25개의 제조업 우선 육성분야를 선정하여 정책지원을 확대했으며, 외국인직접투자(FDI) 규제 완화에 나섰다. 토지, 세금 등 다양한 분야의 혜택을 주었다.
그러나 '메이크 인 인디아'는 아직 가시적 평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17/18년 기준 인도 제조업의 총부가가치(GAP+보조금-세금) 대비 비중은 18.1%로 2013/14년에 비해 약 0.9%p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인도의 싱크탱크인 옵저버리서치파운데이션(ORF)은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을 통해 전력 공급이나 통신 등 인프라는 다소 나아졌지만 여전히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ORF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제조업은 여전히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정부는 덤핑 방지를 위해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인도의 수입은 지난해만 무려 20% 늘어난 444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중에서 원유를 제외한 수입 역시 지난 2015년 2800억 달러에서 2017년에는 3700억 달러로 급증했다. 이는 여전히 인도의 제조부문이 국외에 상당부분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지난 10년 사이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는 2008년 196억 달러에서 2017년 491억 달러로 늘어났다.
ORF는 또 "과도한 부실자산으로 인한 은행의 유동성 부족, 정부의 지출 감소 등이 제조업 분야의 성장을 막고 있다"면서 "제조업 육성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금융 환경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자유무역 확대를 통해 절호의 기회 잡아야"
자금 부족이 제조업 육성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는 가운데, 인도 정부가 자유무역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호라시스의 회장 프랭크-유르겐 리히터(Frank-Jürgen Richter)는 이코노믹타임스의 기고문을 통해 "세계가 국제 무역의 새로운 리더십을 찾는 현재의 상황은 인도에는 다시 없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도는 경제개혁을 통한 제조업 육성이라는 바른 길로 가고 있지만, 수출 확대를 위한 노력은 아직 부족한 편"이라면서 "인도는 전후 일본 정부가 했던 것처럼 적극적인 수출 장려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으며, 관세 장벽을 낮추는 등 무역활성화를 통해 수출을 늘리면 제조업 육성을 위한 자금을 더 확보하기 용이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리히터 회장은 "메이크 인 인디아와 함께 트레이드 위드 인디아(Trade with India) 정책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나 유럽과의 자유무역보다는 동남아시아 지역들과 자유무역 관계를 맺어온 인도는 최근의 무역전쟁의 여파에서 다소 자유롭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