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원대 상속세 탈루 등 비리 의혹을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5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석했다.
조 회장은 10시26분쯤 남부지법 청사에 푸른색 와이셔츠에 검정 재킷 차림으로 등장했다. 그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다소 초췌한 모습으로 등장해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앞만 보고 걸었다.
조 회장은 '구속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은지', '자녀를 위해 정석기업 주식을 비싸게 사라고 지시했는지',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등의 취재진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남부지법은 오전 10시30분부터 김병철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조 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다. 조 회장의 구속 여부는 이날 밤에서 이튿날 새벽 사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남부구치소에서 대기할 예정이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종오)는 지난 2일 조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약사법 위반,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회장은 부친인 고 조중훈 전 회장의 외국 보유 자산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상속세를 내지 않은 의혹을 받는다. 조 회장과 그의 남매들이 납부하지 않은 상속세는 5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기내 면세품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아들과 딸 등 일가가 운영하는 중개업체를 내세워 이른바 '통행세'를 걷는 방법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도 받는다.
조 회장은 자신의 세 자녀가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주당 10만원 정도로 취득했다가 25만원에 되팔아 약 40억여원의 이득을 본 과정에서 이를 계열사에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