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동냥하러 내민 그릇이 사실은 금사발이다. (대북 제재가 풀린 뒤) 먼저 뛰어들어 코뚜레를 꿰는 게 제일 중요하다."
4일 중국 베이징 마내초지(馬奈草地) 국제클럽에서 만난 조선족 기업인들은 다소 거친 표현까지 써가며 북한 시장 선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선족 기업인들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개최 후 북한의 대외 개방 의지가 확연하게 느껴진다고 입을 모았다.
전규상 천우건설그룹 회장은 "최근 북한 인사들의 태도가 확실히 이전과 달라졌다"며 "앞으로도 (개방 의지가) 바뀌지 않을 거라고 강조한다"고 전했다.
천우건설은 1997년부터 대북 사업을 시작해 나진·선봉 경제특구에 임페리얼 카지노 호텔을 시공하는 등의 실적을 기록했다.
중국 조선족 기업가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표성룡 신성그룹 회장도 "우연히 북한 원산시 개발 계획을 들었는데 제주도처럼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호텔과 카지노 등의 건설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이 북한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만큼 한국도 준비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표 회장은 "중국 기업 7~8곳이 대북 사업을 함께하자고 접촉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며 "한국에서도 북한산 맥주의 판매권을 구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북한의 자원과 노동력에 한국의 자본·기술, 중국의 시장이 결합하면 북한 경제는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순기 북경상립대투자고문 회장은 "북한이 개방만 된다면 기초 인프라와 자원 개발, 농업, 관광 등 진입할 수 있는 사업 분야가 많다"며 "한국 정부와 기업이 시장 선점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북한과 사업을 하면서 조선족 기업인들이 치른 수업료가 있다"며 "이를 토대로 남북 경협 과정에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족은 상대적으로 편하게 북한을 왕래할 수 있다"며 "한국 기업과 조선족 기업이 손잡고 합작법인을 세우는 식으로 시장 진출을 모색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투자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병행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표 회장은 "남북 정부가 협의해 투자자 보호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북·중 간에도 정부 사업은 투자자 보호가 이뤄지지만 민간 계약은 손쉽게 파기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전 회장은 "북한도 합영법(외국인 투자 활성화법) 등 규정은 있지만 실행이 잘 안 된다"며 과거 북한과 합작 계약을 추진할 때 상대 기업의 사장이 세 번이나 바뀐 뒤 결국 무산된 경험을 들려줬다.
권 회장도 "한·중 수교 이후 중국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도 이해도가 낮아 90% 이상 실패했다"며 "북한의 정책과 진출 시기 등에 대해서도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24명의 조선족 기업인들은 재외동포재단 주관으로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제1회 중국 한상 CEO 포럼'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