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무역전쟁이 고조되면서 세계 경제에 대한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미국 장단기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 (금리 격차)가 더욱 줄어들고 있다. 2일(이하 현지시간) 기준으로 미국 10년물과 2년물 국채 사이의 금리 격차는 31.8bp를 기록하면서 지난달 29일 기록한 32.8bp보다 더욱 축소됐다.
시장에서 장단기 국채의 금리 격차가 줄어드는 것은 무역전쟁이 향후 물가상승과 전세계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더 커졌기 때문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2일 전했다.
◆연준 금리인상 단기 국채 금리만 올려…장단기 국채 금리 격차 지난 2월 절반 수준
연초에 비해 10년물 국채 금리는 2일을 기준으로 19.227% 상승했다. 같은 기간 2년물 국채 이율은 무려 34.844% 올랐다. 장기 국채 수익률에 비해 단기 국채의 수익률이 급격하게 오른 것이다. 이같은 속도 차 탓에 최근 2년물과 10년물 국채의 금리차는 지난 2월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무역전쟁 긴장 고조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미국 국채의 금리는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사들이면서 가격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기 금리 하락폭은 제한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금리인상을 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최근 단기 국채의 금리 상승은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빠르다. CNBC는 "시장이 연준이 향후 경제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향후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 금리가 올랐다"고 분석했다.
◆ 시장에 대해 연준과 채권 시장의 시각 달라
연준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장기 국채의 금리는 지지부진하다. 장기채권의 금리가 낮아지는 것은 향후 장기 경제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웰스 파고의 글로벌 채권 전략가인 조지 루스낵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향후 경제 성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우리는 그가 지나치게 경기를 낙관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면서 “시장은 향후 성장률과 물가 인상률이 파월 의장이 기대하는 수준에 도달해 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양호한 상황에서 장단기 국채의 금리 차이는 벌어지게 돼 있다. 투자자들은 물가상승과 금리인상의 위험성을 감수하고서라도 장기적으로 돈을 빌리는 데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반면 장단기 국채의 금리 차이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시장이 향후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지수가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한다는 뜻이다. 만약, 장단기 금리의 역전이 발생한다면 이는 시장이 경기 침체를 전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리가 역전될 경우 시장에는 엄청난 공포감을 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1950년대 이후 모든 경기침체가 닥치기 전 6개월에서 2년 정도의 시간 차를 두고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이 발생해왔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누버거 버먼(Neuberger Berman)의 매니징 디렉터인 타노스 바르다(Thanos Barda)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역사적으로 장단기 국채 금리차 역전 현상은 시장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척도 중 하나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마뉴라이프 자산운용의 채권 헤드인 마이크 로리지오(Mike Lorizio)는 향후 장단기 국채의 금리차가 더욱 좁혀질 수 있다고 예상하면서 "하반기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으로 경기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서 생산한 자동차에 대해 관세 부과 조치를 취하자 EU는 3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 조치로 맞섰다. 유럽의 경제지표는 벌써 다소 수그러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켓에 따르면 유로존의 6월 제조업 PMI가 54.9를 기록해 전월 55.5에서 하락하면서 1년 6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