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글로벌 무역갈등 속에서 주요 신흥국 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인도 증시는 대외 충격에 강한 저항력을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터키, 필리핀 등 많은 신흥국 증시들은 최근 고점 대비 20% 하락한 ‘약세장’에 진입했다. 글로벌 주요 2개국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전면적으로 확대될 조짐에 투자자들의 심리가 급격히 쪼그라든 탓이다. 또한 미국 연준은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하반기에 두 차례 추가 인상을 예고하면서 신흥국에 머물던 자금의 유출을 부채질하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연초 대비 16% 주저앉았으며 그 사이 1조8000억 달러(약 2000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고 블룸버그는 추산했다.
중국 외에도 터키, 브라질 등 여타 신흥국 증시의 불안한 움직임이 계속되면서 MSCI 신흥시장지수는 26일 1,067.75를 기록, 작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최근 인도 증시는 대외 충격을 버텨내면서 연초 대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인도 증시의 벤치마크인 BSE 센섹스 지수는 27일 전일비 약보합을 가리키며 35490포인트 근처에 머물고 있다. 연초 대비로는 5% 오른 것이자 1월 29일 기록한 고점에 비해서는 2% 가량 하락한 수치다.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발표했을 때에는 전고점 대비 10% 이상 급락하기도 했으나 이후 꾸준히 회복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놀랍다는 반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주 리서치노트에서 “신흥국 약세와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인도 증시의 회복세는 놀랄 만 하다”고 전했다.
대외 위협 요인 속에서도 인도 증시가 선전할 수 있는 것은 인도 기업들의 해외시장 노출도가 비교적 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모건스탠리의 조사에 따르면 인도 기업들의 매출 중 국내시장 비중은 71%로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 여타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훨씬 높다.
전문가들은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도 인도 증시의 선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인도 현지매체 인디아타임스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지난주 리서치노트에서 “단기적으로 인도 증시의 성적은 글로벌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좌우되겠지만 여타 증시에 비해서는 나은 성적을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노무라는 무역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성장률이 꺾일 경우 가장 피해를 적게 받을 신흥국으로 인도를 꼽기도 했다.
다만 인도의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 적자,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등은 대외적 요인과 함께 인도 증시의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