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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과 정부·청와대가 다음달 1일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부터 먼저 실시되는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6개월간 단속이나 처벌을 하지 않는 계도기간을 두기로 결정한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청사의 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취지는 공감합니다만 현실은 다른 거 아니겠습니까. 특히 은행의 경우 일반 대기업과 다르게 공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시각이 많아서 더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습니다. 현재 분위기가 다른 금융사들은 어떻게 하나 눈치보면서 최대한 52시간 근무제도 시행을 늦추려고 하고 있습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대한 시중은행 관계자의 말이다. 은행은 특례업종으로 분류돼 내년 7월까지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은행권의 조기 도입을 주문하면서 은행들은 분주해졌다.
일반 영업점의 경우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미 유연근무제와 피씨오프(PC-OFF)제 도입한 곳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 오프라인 거래가 줄고 비대면거래가 확산되면서 영업점 업무 로드가 줄었다.
문제는 특수업종이다. 특정 시기에 일이 몰리는 감사와 재무, 인사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업무시간이 긴 전산(IT)와 홍보, 해외사업부, 여신심사부 등은 당장 단축 근무가 불가능하다. 업무 특성상 이들에게 추가근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밤낮 없이 고객이 몰리는 환전소와 주말에도 영업하는 외국인 특화점포 등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한은의 업무 특성상 방대한 양의 데어터를 취합하고 분석하는 업무가 많다. 매일 조금씩 꾸준하게 일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표를 발표하기 직전 데이터가 나오기 때문에 집중 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일반적으로 은행원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한다. 하지만 대부분 30~40분 전에 미리 출근해 업무를 준비한다. 전국금융산업노조이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은행원 76%가 오전 8시 이전에 출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근 역시 오후 7시 이전은 26%에 그쳤다.
은행지점 한 관계자는 "눈치보느라 출퇴근을 제 때 못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할 일이 많다는 이야기"라며 "52시간 근무가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미지수"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노사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달 15일까지 총 28번의 교섭을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금융노조는 지난 18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노조측은 사측이 제안한 특수직군의 범위가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시행 초기에 특수직군 범위를 명확히 해놓지 않으면 나중에 반쪽짜리 52시간 근무제가 되거나, 직원 일부는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