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18/06/26/20180626110813234182.jpg)
중국 둥위안부동산 서남부 지사는 지난 11일 월드컵 개최기간 한달간 출근시간을 10시로 조정한다는 공고를 냈다. [사진=웨이보]
최근 중국 누리꾼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은 회사가 있다. 바로 둥위안(東原)부동산그룹 서남부 지사다. 해당 기업 대표는 러시아 월드컵 개최기간인 이달 14일부터 내달 15일까지 출근 시간을 10시로 늦췄다. 하루 8시간 근무 기준을 준수하는 선에서 직원들의 일과 여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다.
'이벤트' 성격이 짙은 일시적 조치지만 이는 중국 사회의 '근무시간'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18/06/26/20180626111044555180.jpg)
중국 하이난성 생태·소프트웨어 산업단지 내 한 기업의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중국 전문직 구인·구직사이트 무우정영망(無憂精英網)이 직장인 1만368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80%가 야근하지 않거나 가끔 하길 바라나 실상은 절반 이상이 야근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IT 공룡 텐센트, 알리바바는 물론 넷이즈 등 대기업 직원들도 오전 8시~9시에 출근해 밤 9시~10시에 퇴근하는 일이 잦다. 대신 회사버스, 야간택시, 맛있는 저녁과 높은 연봉을 제공하지만 직원의 불만은 높다. 최근 중국 인터넷상에서 ‘아직도 집에 못 갔다 - 어른의 삶, 예상치 못한 씁쓸함’ 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인기를 누린 것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다.
이처럼 야근은 일상이지만 이에 대한 불만과 달라져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5년 국무원 판공청은 '관광 투자와 소비 확대를 위한 의견'을 제시하고 조건을 충족하는 지역과 단체는 금요일 오후에 쉬도록 했다. 주 4.5일 근무제를 제안한 것이다. 권고사항으로 제도화되지는 못했으나 파격적인 시도로 평가됐다.
선전, 톈진시 등은 특수근무시간제를 허가했다. 일종의 탄력근무제로 주·월·분기는 물론 심지어 년 단위 근무시간을 총합해 하루 평균 8시간이 넘지 않으면 된다. 단, 교통·해운·어업 등 업무 특수성에 따라 집중근무가 필요한 경우, 제염·관광 등 자연·기후 조건의 제한을 받는 업종에 제한된다.
![](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18/06/26/20180626111702563080.jpg)
중국 선전에서 등장한 '공유업무' 앱.[사진=바이두]
선전에서는 '공유경제' 모델을 적용한 '공유업무(工作)' 애플리케이션(앱)이 등장해 이슈다. 퉁차이(通才)과기가 내놓은 것으로 직장인, 학생 등이 여유시간에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기업체와 직접 교류하는 플랫폼이다. 근로자는 남는 시간은 활용해 원하는 만큼 일하고 기업은 적시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해 정직원의 근무시간은 줄이고 비용을 절약한다.
교육과 채용을 동시에 이루는 방법도 있다. 공인일보(工人日報)는 18일 선전에서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기업 인력난. 비용부담 등을 해소하는 제도가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선전제2고급기술공업학교와 현지 기업이 2016년부터 실시해온 제도로 입학과 동시에 기업이 직원으로 채용하는 것이다. 기업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인력을 확보하고 학생은 최저임금 이상의 돈을 받으며 실력을 키운다.
이러한 시도 속에는 급격하게 변화할 수 없는 중국의 고민도 묻어난다. 앞서 한국 근로기준법을 개정 소식이 나오자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바로 중국의 현실을 지적했다.
신문은 "1인당 소득이 낮은 발전 초기는 근로자가 더 일하려 하지만 소득이 일정 수준에 달하면 삶의 질을 중시하게 된다"면서 "과도한 근무는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아직 중국은 사회주의 건설 초기이자 현대화를 위한 중요한 시점에 있어 법정 근무시간 조정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급격한 변화에는 경계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