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10원 가까이 상승했던 원·달러 환율이 하락 출발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2원 내린 1116.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개장 후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반기말 수출업체의 네고(매도)를 소화하며 하락이 우위를 보이는 가운데 1110원을 중심으로 등락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미국의 기술을 훔치려는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투자제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날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도 투자제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다.
시장에 무역전쟁이 극단으로 치닫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과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수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는 이유다.
여전히 무역분쟁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위험자산 회피(리스크 오프) 심리가 사그라들지 않는 점은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재료다.
다만, 미국이 관세인상 외에 새로운 카드를 동원해 전면전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줄면서 원화 약세 요인도 완화됐다는 분석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이는 미국의 보호무역이 글로벌 교역 시스템을 붕괴시켜 새로운 침체를 야기할 것이란 비관론을 완화시키는 요인"이라며 "과도했던 원화 약세를 되돌림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날 10원 가까이 급등한 피로감이 큰 데다 외환감독당국의 미시조정 가능성은 상승을 막는 요인이다.
시장에서는 위안화 움직임과 주식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인민은행이 미국의 관세조치에 대한 반발로 연이어 위안화를 절하 고시하는 점은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 약세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역시 원·달러 환율은 위안화에 연동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증시를 중심으로 위험자산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짙은 만큼 환율 하락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3.13포인트(0.98%) 내린 2334.75로 출발한 뒤 기관 매수세에 하락 폭을 만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