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징 할리데이비슨, 유럽에 '백기'…보복관세 피해 생산지 이전

2018-06-2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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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관세 비용 부담…유럽 수출품 생산지 미국 밖으로 이전

트럼프 "첫 백기투항 놀랐다"…무역전쟁 확전 美역풍 우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제조업의 상징 가운데 하나인 고급 모터사이클 회사 할리데이비슨이 유럽의 보복관세 조치에 '백기'를 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폭탄관세 조치에 유럽연합(EU)이 보복관세로 맞서자, 유럽에 수출할 제품을 미국 밖에서 만들기로 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무역 공세를 둘러싼 우려가 기어코 현실이 됐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할리데이비슨은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낸 공시에서 EU의 보복관세에 따른 장기적인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EU에 수출할 제품의 생산지를 미국 밖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할리데이비슨은 대체 생산지를 특정하지 않은 채 이전을 마무리 짓는 데 9~18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할리데이비슨은 미국 제조업은 물론 문화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1980년대 초 일본 후발주자들의 도전으로 궁지에 몰리기도 했다. 당시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수입 오토바이에 45%의 폭탄관세를 물렸을 정도다.

할리데이비슨의 상징성이 큰 만큼 이 회사는 처음부터 EU의 보복관세 표적으로 거론됐다. EU는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폭탄관세에 반발해 지난 22일부터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비롯한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할리데이비슨은 공시에서 이 조치로 EU로 수출하는 제품의 관세율이 6%에서 31%로 높아졌다며, 오토바이 한 대당 평균 2200달러(약 245만원)의 추가 비용이 붙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지 사업환경이 나빠질 게 뻔해 이 비용을 딜러나 고객에게 전가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할리데이비슨이 극약처방을 내린 건 EU시장 의존도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 전체 매출에서 EU는 미국 다음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할리데이비슨이 지난해 EU 역내에서 판매한 오토바이는 약 4만대로 전체의 16.5%, 미국 밖 기준으로는 3분의 2가 넘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할리데이비슨의 결정이 여당인 미국 공화당 내 친자유무역 성향 의원 다수가 왜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적인 반무역 공세를 우려하는지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무역전쟁은 '1대 다수'의 싸움으로 중국과 EU 등이 미국을 상대로 전방위 보복에 나서면 결국 미국이 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유럽산 자동차에 20%의 폭탄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하자 EU는 보복관세를 물릴 연간 100억 유로(약 13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 목록을 만들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할리데이비슨의 결정에 적잖이 놀란 눈치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모든 회사 가운데 할리데이비슨이 가장 먼저 백기를 흔들어 놀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그들을 위해 열심히 싸웠고 그들은 결국 EU에 (제품을) 팔면서 관세를 내지 않을 것"이라며 "세금(관세)은 단지 할리의 변명일 뿐. 인내심을 가져라"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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