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주거복지 로드맵'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이 정부의 관심사는 온통 청년하고 신혼부부인 것 같아요.”
요즘 전문가들을 만날 때마다 종종 듣는 이야기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주거복지 로드맵 발표를 통해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5년 동안 연 4만가구씩 총 20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고, 수서와 위례신도시 등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에 2억~3억원대의 아파트가 분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올 초에는 신청 대상을 결혼 연수 5년에서 7년 이내로 확대하는 등 입주 자격도 점점 넓히고 있습니다.
이처럼 현 정부가 이들에게 힘을 쏟는 이유는 실제 이들의 주거난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청년들은 결혼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집’에 대한 부담을 최우선으로 꼽고 있고, 신혼부부는 살 집도 없는데 어떻게 아이를 키우냐고 반문합니다.
하지만 관심을 받는 사람이 생기면 관심에서 멀어지는 사람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청년과 신혼부부는 관심 대상이 됐지만, '결혼'으로 인정받지 못한 가정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이는 현 정부도 여전히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는다’는 단순한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현 정부가 완전히 사각지대에 있는 가정 문제에서 물러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비혼모 등 한부모 가족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하면서 지원을 약속했고, 지난달에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비혼’을 언급해 대통령의 발언으로 꽤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실제 이들을 위한 주택도 공급되고 있습니다. ‘사회임대주택’ 등 다양한 이름으로 미혼모와 새터민과 같은 다양한 가정을 위한 주택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올 초에는 정부에서 동거 부부도 정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논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가족’의 개념에 대한 큰 변화가 찾아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표되는 정책마다 청년과 신혼부부 외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위한 정책이 뒷 순위라는 점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물론 당장 유럽의 국가들처럼 동거 부부를 인정하면서 실질적인 차별을 해소해주긴 쉽지 않습니다. 손을 봐야 할 제도도 만만치 않고, 사회의 인식 변화도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신혼부부가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으면 좋은 환경이지만, 사각지대에 있는 가정까지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다면 더 좋은 세상일 것입니다. 앞으로 나오는 주택 공급 정책에는 미혼모를 포함해 동거 및 입양 부부 등 다양한 형태의 가정을 인정하고 이들을 위한 보금자리가 마련되는 파격이 나오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