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살라 “체제 선전에 이용되는 것, 원하지 않는다”...이집트 대표팀 은퇴 암시

2018-06-2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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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축구 연맹 "살라, 결정 내릴 때마다 통보...대표단과 이 문제 논의한 적 없다“ 의구심

모하메드 살라의 이집트 국가대표팀 잔류가 불투명해졌다. 체첸 공화국의 체제 선전에 자신이 이용되는 것에 대해 크게 상심했기 때문이다. 

CNN의 지난 2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모하메드 살라는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기간 베이스캠프가 있는 체첸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불만으로 이집트 국가대표팀 은퇴를 고려 중이다.

살라와 가까운 소식통은 "살라는 자신이 축구 이외의 주제에 관여하거나 다른 사람의 정치적 상징으로 사용되길 원하지 않는다"라고 CNN을 통해 말했다. 또다른 측근도 ESPN을 통해 "살라가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고 싶어 한다. 대표팀을 그만둘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월드컵에서 자신이 체첸 공화국의 정치적 상징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에 대해 큰 불만을 갖고 있다. 

살라는 이집트의 월드컵 베이스캠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힘겨워하고 있다. 이집트 대표팀은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체첸 공화국의 수도 그로니즈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이집트 대표팀 선수들이 이슬람 신도들이기 때문에 이슬람 자치공화국인 체첸을 근거지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집트의 무함마드 살라흐가 19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 이집트와의 경기가 끝난 뒤 낙담한 표정을 하고 있다. 이집트 축구 영웅 살라흐는 이날 월드컵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뽑아냈지만 팀을 2연패에서 구해내진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집트 축구 연맹은 CNN과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살라가 국가대표를 그만둘 준비가 됐고, 그 의도를 우리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놀랍다”고 전했다.

연맹은 "우리는 살라가 어떤 결정을 내릴 때마다 그로부터 항상 통보를 받았다. 우리는 하루 종일 함께 보낸다. 그는 대표단의 어떤 선수와도 이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또 "우리는 월드컵에 참가하고 있고, 피파 절차를 따르고 있으며, 정치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는다"며 "정치적인 논의가 있다면, 피파로 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살라의 파격발언엔 이유가 있다. 살라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부상을 입은 후 우루과이와의 개막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후 러시아전에선 득점에도 불구하고 3-1로 패배했다. 컨디션을 온전히 회복하지 못한 듯했다. 2차전을 마친 그가 회복을 위해 집중하고 있을 때 뜻밖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살라가 체첸 지도자인 람잔 카디로프의 옆을 걸어가는 사진이 공개된 것.

카디로프는 자신의 SNS에 “모하메드 살라는 체첸 공화국의 명예시민”이라며 “나는 이집트팀에 경의를 표하기 위한 축하 만찬 자리에서 살라에게 명예시민 증서 사본과 배지를 줬다”고 쓰기도 했다.

러시아 국영방송 RT는 카디로프가 연설을 할 때 살라가 미소 짓는 모습을 보여주고 체첸 국기가 그려진 배지를 이집트의 국제 셔츠에 붙이는 등 월드컵을 이용한 체제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체첸 공화국은 동유럽 남부에 위치한 러시아 연방 국가로 분리독립을 위해 투쟁했지만 독립은 실패했다. 2004년 이래로 체첸 공화국의 지도자인 카디로프는 분리독립운동을 20여 년간 진압하면서 어떤 형태의 반발도 억압해왔다.

카디로프는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의 반대자들은 돈을 받고 이런 식의 글을 쓰지만 우리는 월드컵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적 없다. 이집트 대표팀은 물론 살라를 그로니즈로 부르지 않았다”면서 “그들이 우리를 선택한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오는 25일 오전 3시 이집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최종전을 치른다. 1, 2차전에서 연패한 이집트는 3차전 결과와 상관없이 16강 진출이 좌절된 상황이다. 최종전에서 최소한의 명예 회복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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