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발견]5. 작은 가게의 가치

2018-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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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베 아쓰시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

[사진=홍성환 기자]
 

#각자의 정보망을 가동하고 발품을 파는 방식으로 제멋대로 만들어 온 우리의 '개성 넘치는 편집 작업'이 이미 서점의 색깔로 자리잡은 탓이었다. 그 단계에 이르자 화제의 베스트셀러를 이치조지점에서 사려는 손님은 없었다. '해리포터'의 참패는 '이치조지점만의 히트 상품'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 27쪽> (호리베 아쓰시, 민음사)

'△△길, ○○거리'와 같이 이름이 붙은 거리가 곳곳에 생겨나고 있습니다. 작은 길을 중심으로 작은 가게들이 하나둘씩 들어서면서 하나의 작은 공동체를 형성하는 모습입니다.
이처럼 작은 가게들이 모여 큰 힘을 발휘하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름난 맛집에 들어가기 위해 한 시간 이상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고, 유명한 빵집은 문이 열리자마자 모든 제품이 순식간 동나 헛걸음을 하는 일도 많습니다. 작은 가게들이 죽어가는 골목에 생기를 불어넣은 것이죠.

하지만 모든 거리, 모든 가게의 사정이 다 똑같은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거리, 외면하는 가게도 많습니다. 그런 곳은 대부분 자신만의 '필살기'가 없습니다. 남들이 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에 그치는 것이죠. 단지 유행을 좇아 그대로 베낀 것입니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지만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굳이 큰길에서 멀리 떨어져 가기 힘든 골목의 작은 가게를 찾는 것은 다른 곳에서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골목 저 골목 돌아다니며 자신만의 보물을 발견하길 원하는 것입니다. 어디서나 경험할 수 있다면 어렵게 골목까지 갈 이유가 없습니다.

단순히 모방만 해서는 동네의 작은 가게는 오래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결국 그것을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에 아류에 불과합니다. 남을 모방하되 더 발전시키고 새로운 것을 내놓으면서 자신들만의 필살기를 완성해야 합니다.

일본 교토 번화가에서도 한참 떨어진 한적한 마을에 있는 작은 서점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서점으로 뽑힌 것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작은 서점 하나가 작은 길의 큰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이것이 작은 가게의 존재 이유이자 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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