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중국의 데카콘(Decacorn) 기업들이다. 기업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 이상인 유니콘(Unicorn) 기업을 넘어 100억 달러(약 11조원) 이상의 가치를 평가받는 비상장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을 데카콘이라고 부른다.
◆중국 스타트업, 하루에만 1만6600여개 신규 설립
중국 내 창업 열풍이 불기 시작한 지난 2014년부터 중국 내 스타트업 수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
14일 중국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에 따르면 지난해만 중국에서 하루 평균 1만6600개의 기업이 설립됐다. 하루 평균 신규 설립 기업 수는 지난 2014년 1만개에서 2015년 1만2000개, 2016년 1만5100개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중국엔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일컫는 유니콘 기업도 상당수 포진됐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이트'가 최근 발표한 '미·중 유니콘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전세계 252개 유니콘 기업 중 중국 기업은 98곳으로 전체 유니콘 기업의 38.9%를 차지했다. 이는 미국(106곳)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전세계 데카콘 기업 톱10 명단을 보면 절반이 중국기업(앤트파이낸셜·디디추싱·샤오미·루팍스·다중뎬핑)으로 채워졌다. 이 중 앤트파이낸셜과 샤오미, 루팍스, 디디추싱 등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덩치 키우기에 나섰다.
이태환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중국이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며 "개혁안 중에는 정보기술(IT) 산업 육성과 4차 산업 혁명 대비책이 포함돼 있어 스타트업이나 벤처 창업 육성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을 추진하면서 인프라 구축 사업이 본격 시행되고 있다"며 "여기에는 IT 기술 등이 다양하게 접목되기 때문에 스타트업이나 벤처 창업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흡사한 중국 스타트업 정책···"실패는 플러스 요인"
중국의 스타트업이 성공 가도를 달리는 데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정책이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 미쓰이물산전략연구소는 정부 예산을 활용해 대량의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중국의 상황을 두고 "1950년대 미국 실리콘밸리와 매우 흡사한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쓰이물산전략연구소가 분석한 '중국, 스타트업 급증 배경' 보고서를 보면 당시 미국은 벤처기업 진흥정책의 일환으로 중소기업투자법을 제정하고, 벤처기업 투자에 대한 세금 우대 정책을 마련했다. 그 결과, 중소기업투자회사(Small Business Invest Company, SBIC)로 불리는 벤처캐피탈(VC)이 600개 정도 설립됐다. 이때 젊고 우수한 인재들이 정부의 자금으로 창업에 나서면서 'HP'와 '인텔' 등 거대 기업들이 탄생했다.
실패에 관대한 중국 정부의 자세도 실리콘밸리와 유사하다.
미쓰이물산전략연구소는 "지연과 학연 등을 활용한 인적 네트워크로 사업에 실패한 이들을 뒷받침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고, 실패경험은 다음 사업을 경영하는 데 플러스로 작용한다"며 "이는 신용으로 연결되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새로운 것을 일단 해보고 문제가 생긴 시점에 규제를 검토한다'는 스타트업 정책의 뚜렷한 목표가 있다. 새로운 사업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한 현장 실험이 중국에서 매일 이뤄지고 있는 이유다.
미쓰이물산전략연구소는 "앞으로 중국을 선진적인 시험장으로 활용하고 그곳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활용해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제3국으로 전개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